박종윤, '주키치 상대 홈런'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3.26 06: 21

"(박)종윤이는 걱정 안 합니다. 이렇게 알아서 열심히 하니까 뭐라고 할 말이 있겠습니까".
24일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가 있었던 사직구장. 경기가 끝난 뒤 외야 불펜에 설치된 거울 앞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는 한 선수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내야수 박종윤(30). 최근 페이스가 좋았던 박종윤은 24일 LG전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 이번 시범경기 들어 유일하게 안타를 치지 못했다.
거울 앞에서 묵묵이 섀도우 스윙을 하는 박종윤을 바라보던 박정태 타격코치는 "따로 시키기 않아도 종윤이는 정말 열심히 한다"고 박종윤의 노력을 칭찬했다. 박 코치는 박종윤에게 티배팅을 강조했고, 박종윤은 이번 전지훈련 기간동안 매일 한 박스 반의 공을 꼬박 치며 기량을 땀방울을 쏟았다. 박 코치는 박종윤에 "티 많이 쳐 보니 어떠냐"고 질문했고 박종윤은 "이제 (내가 볼을 칠) 존이 보인다"는 표현으로 답했다. 그러자 박 코치는 "저렇게 정확히 짚는 걸 보니 두 단계는 더 성장했다. 올 시즌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고 기꺼워했다.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 때문일까. 박종윤은 25일 LG전에서 상대 선발 좌완 벤자민 주키치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트렸다. 박종윤은 6회 1사 후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1볼에서 주키치의 몸쪽 높은 116km 체인지업을 그대로 당겨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터트렸다. 올 겨울 타격폼 수정에 힘을 쏟은 박종윤은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몸쪽 높은공을 그대로 홈런으로 연결시켜 시즌 전망을 밝게했다.
이날 홈런포 포함 박종윤은 시범경기 7경기에서 타율 4할(25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으로 롯데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박종윤의 홈런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 있을까. 또한 박종윤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 좌완투수 상대로도 GOOD…반쪽선수 탈피
그동안 좌타자 박종윤은 좌투수에 약점을 보여왔다. 지난해 박종윤의 타율은 2할8푼2리였지만 좌완을 상대로는 타율이 2할3푼8리로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롯데 양승호 감독은 주전 1루수로 박종윤을 낙점했지만, 좌투수가 선발로 나올때를 대비, 우타자인 조성환에 1루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 또한 프로통산 14개의 홈런 가운데 좌완투수를 상대로는 단 두 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을 보장받은 박종윤이 좌완 투수에 약점을 보인다면 롯데는 타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박종윤은 국내 정상급 좌완투수 가운데 한 명인 주키치에 홈런포를 뽑아내며 일단 양승호 감독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박종윤의 홈런이 터진 순간, 중계 카메라에 잡힌 양 감독의 표정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한 팀의 주전 1루수로 풀타임 출전을 하기 위해서는 큰 약점이 없어야한다. 올 시즌 주전자리를 보장받은 박종윤이지만 이제까지와 같이 좌완 투수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면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좌완 투수를 상대로 터진 장타이기에 더욱 뜻깊다. 참고로 이번 시범경기에서 박종윤의 좌완 상대타율은 9타수 5안타(1홈런), 타율 5할5푼6리를 기록 중이다.
▲ 타격폼 수정, 높은 공 공략 가능하게 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박종윤은 "겨울동안 연습량이 많았는데 그 결과가 이제 나오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하고는 "특히 높은 볼에도 정타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특히 박종윤은 타격폼 수정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대타 위주로 나왔기에 안타를 만들기 위해 홈플레이트에서 좀 떨어져서 쳤었다"고 설명한 박종윤은 "지금은 바짝 붙어서 치기에 예전과 스윙 각도가 달라졌다. 덕분에 정타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제까지 박종윤의 장기는 낮은 볼 공략이었다. 거의 땅에 붙어서 오는 공을 마치 골프를 치듯 걷어올리는 스윙에 게임 이름을 따 '팡야'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반면 높은 볼에는 약점을 노출했다. 롯데 권두조 수석코치는 "박종윤은 상체가 일찍 열리며 앞으로 나가며 스윙을 했다. 그랬기에 낮게 들어오는 공은 스윙 궤적과 딱 맞아떨어져 강했다. 반면 높은 공은 상체가 일찍 열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치면 내야 플라이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지훈련을 치르며 박종윤은 타격폼 개조에 돌입했다. 박정태 타격코치는 "그냥 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무게 중심을 낮추고 상체가 늦게 열리는 동작 하나라고 할지라도 엄청나게 많은것이 바뀐 것이며 종윤이의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박종윤은 상체가 늦게 열리며 공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게됐고, 낮은 공 뿐만 아니라 높은 공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됐다. 동시에 공을 오래본다는 것은 선구안도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박종윤은 주키치의 몸 쪽 높은 체인지업을 공략,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제까지 그의 홈런이 낮은 공을 걷어 올리는데서 나왔다면, 이날은 무게 중심을 뒤에 놓고 공을 잡아놓은 뒤 높은 공을 그대로 당겨쳐 나왔다는데 의미가 있다. KNN 이성득 해설위원은 "아직 시범경기라 투수들이 시험을 한 것도 있지만, 박종윤이 타격폼을 수정한게 이제 빛을 발하는게 아닌가 한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본다"며 박종윤의 변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데뷔 12년만에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박종윤이 시범경기 좋은 페이스를 정규시즌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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