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강타자 최희섭(33)이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겨울 팀 이탈 파동을 일으켰던 최희섭은 자신의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훈련에만 몰두하고 있다. 야구만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25일 오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최희섭에게 현재 컨디션을 묻자 "타격의 경우 이제 한 경기(21일 롯데 2군 경기) 뛰었으니 뭐라 말할 수 없다. 몇 경기 더 뛴 뒤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동료 선수들보다 (페이스가) 많이 느린 편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왼쪽 어깨 통증에 시달렸던 그는 최근 들어 캐치볼을 재개할 만큼 상태가 호전됐다. 최희섭은 "어깨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2군 경기에 출장하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린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
최희섭에게 팀 무단 이탈과 트레이드 파동에 대해 묻자 "지난 일을 생각하면 뭐하겠나. 내 행동이 잘못돼 이렇게 왔다. 지금은 야구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해 부상과 부진 속에 타율 2할8푼1리(242타수 68안타) 9홈런 37타점 36득점으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진이 길어질수록 최희섭의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그는 "여러모로 힘든 한해였다. 야구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털어 놓았다. 비 온 뒤 땅이 단단해지듯 최희섭은 "지금은 작년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안도했다.

선동렬 KIA 감독은 23일 롯데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난 (최희섭 복귀에 대해)아무 말도 안 했다. 알아서 좋게들 봐 준다"면서 "무엇보다 (동료)선수들이 용서를 해야한다. 복귀는 그 다음 이야기"라고 못박았다. 그리고 선 감독은 "일단 몸 상태가 괜찮고 실력이 뒷받침돼야 복귀가 가능하다. 나는 이름값으로 야구를 절대 안 한다. 검증된 선수라고 뛰는 일은 없다. 실력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희섭은 선 감독의 의중을 잘 알고 있다. "(전훈 캠프에 참가 중인) 감독님과 처음 통화했을때 '재활군서 열심히 훈련하고 귀국한 뒤 보자'고 하셔서 찾아뵜다. 그리고 1군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을 다 만났다. 사실 선수들과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이 걱정했다. 괜히 서먹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서 안아 주었다.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님들도 '지난 일이니까 현재 행동(야구)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격려해주셨다".

선 감독은 "다음주에 (1군 선수단이) 광주로 간다. 거기 있으면 (최희섭이) 선수단 앞에 사과할 기회가 생기지 않겠나. 선수단에 사과가 우선"이라고 했다. 최희섭 또한 "다음주에 광주에서 (1군 선수단과) 만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기회가 되면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감독님께서 마무리 훈련을 앞두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내가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갔으니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모든게 내 잘못이다. 시간을 갖고 열심히 훈련하면서 선수들과 시간을 갖고 예전 같은 분위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나 스스로 노력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1군 복귀 시점을 앞당기는 것보다 선수들과의 관계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한 최희섭은 "팀에서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여주고 싶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최희섭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묻자 "모두가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을때 나는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 모른다. 내게 어떠한 역할이 주어지듯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더 열심히 준비해 올라갈 생각"이라면서 "목표는 항상 같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우승에 이바지하는게 가장 큰 목표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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