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팔꿈치 수술 이후 강속구를 잃어버린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31, 삼성 투수)의 직구 스피드가 대구구장 전광판에 150km 이상 찍히고 '국민타자' 이승엽(36, 삼성 내야수)이 연일 대포를 가동하며 잠자리채 열풍을 다시 일으킨다면 어떠할까.
아마도 삼성팬들에게는 최고의 기쁨일 듯 하다. 이들의 활약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 25일 청주 한화전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라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배영수는 2007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잃어버린 구속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속된 말로 이것저것 다 해봤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비를 들여 일본 돗토리현의 월드윙 트레이닝 센터에서 어끼 및 팔꿈치 유연성 강화 훈련에 몰두했던 그는 서서히 옛 모습을 회복 중이다. 일본 오키나와 전훈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 3차례 등판(7이닝),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0.00을 찍었다.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투수 코치는 "일반적으로 30대 초반이 되면 현재 기량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배영수는 조금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고 그의 도전 정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래도 배영수는 "항상 한국시리즈 7차전이라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무조건 보여주는게 정답"이라며 "올 시즌 마지막 등판까지 무실점 호투하겠다는 자세로 맞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23일 목동 넥센전과 24일 청주 한화전이 연이틀 우천 취소되는 바람에 등판이 미뤄진 배영수는 25일 경기에서 시범경기 첫 등판에 나섰다.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브라이언 고든(3⅔이닝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과 박정태(⅓이닝 1볼넷 무실점)에 이어 5회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는 4이닝 무실점(3피안타 1볼넷 1탈삼진)으로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직구 최고 146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다. 5회 5회 2사 1,2루와 8회 2사 1,3루 두 차례 실점위기에 처했지만 후속 타자를 내야 땅볼로 유도하는 노련함은 단연 돋보였다. 포크볼,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위력도 변함없었다. 이날 완벽투를 발판삼아 선발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승엽의 방망이 역시 빠르게 예열 중이다. 25일 현재 5할에 육박하는 고타율(.480)을 기록 중이다. 17일부터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서는 안타 1개씩 때렸지만 20일 문학 SK전 이후 4경기 연속 멀티행진을 질주 중이다.
22일 경기가 끝난 뒤 "타격감이 나아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던 이승엽은 25일 청주 한화전에서는 4타수 4안타 2타점 고감도 타격을 선보였다. 한화 4번 타자 김태균(2타수 1안타 2타점)과의 거포 대결에서도 판정승이었다.
이날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한 이승엽은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난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결과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은 잘 보인다. 직구나 변화구에 맞춰 대응하는 게 중요한데 공 보는 건 문제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결과보다는 타구의 질을 봐야 한다. 타구가 떠야 하는데 드라이브가 걸린다. 스윙 궤적이 좋지 못하다"고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화끈한 공격 야구를 지향하는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의 활약을 주목하고 있다. 이승엽이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삼성은 18일 잠실 LG전 이후 5연패를 기록 중이다. 정규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이기에 순위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내달 7일 정규시즌 개막전에 맞춰 실전 감각만 조율하면 된다.
류 감독은 25일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3-4로 패하고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류 감독은 경기 후 "추운 날씨에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배영수는 2010년이나 지난해보다 확실히 나아질 것 같다. 이승엽도 올 시즌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동안의 수치상 성적 만으로는 배영수와 이승엽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적어도 삼성팬들에게는 이름 석 자 앞에 '우리'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상징적인 존재다. 기나긴 시련의 세월을 보낸 배영수와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무리짓고 국내 무대에 복귀한 이승엽이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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