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삼동'이었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느낌이었다. 지난 해 드라마 '드림하이'를 끝내고 만났던 김수현은 분명 남자보다는 소년 쪽에 더 가깝게 느껴졌었다. 당시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고 말했던 그는 딱 1년 만에 조금 더 어른 티를 입은, 수컷 향기가 배어든 배우가 되어 나타났다.
김수현은 "딱 1년 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라고 깍듯한 인사를 꺼냈다. '드림하이' 송삼동에 이어 MBC '해를 품은 달' 속 섹시한 전하 '훤'으로 돌아온 그와의 두 번째 인터뷰 시작.
"이번에 기사들이 나는 걸 보고 많이 놀랐어요. '드림하이' 때도 이렇게 관심들이 늘어나고 기사들이 늘어나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매니저형이 '너는 이제 넘어지기만 해도 기사가 나는 사람이니 늘 행동이나 말에 조심을 해야 된다'고 했을 정도네요. 그래서.. 안 넘어졌어요. 하하하"

그렇다. 넘어지기만 해도 기사가 날 인기다. 신드롬이란 이런 게 아닐까. '드림하이'를 통해 제대로 빛을 봤던 이 배우는 불과 1년 사이 국민 시청률 40%를 찍고 광고 십 수 편을 독식하는 최고의 인기스타가 됐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드롬급 인기를 아직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아직 일상이랄 것이 없어서. 스스로 체감하는 건 특별히 없는 거 같은데... 아, 촬영을 할 때도 현장에 팬분들이 응원을 오시잖아요. 그게 많이 달라져서.. '해품달' 할 때는 무엇보다 어머님들이 많이 와주셔서 묘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이제 어머님들도 알아주시는 구나하는 생각. 팬층이 늘어났고다고 해야 되나요?"

인기를 얻을수록. 유명해질수록 그에 따라 책임감. 혹은 일종의 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속내를 꺼낸다.
"겁도 많이 먹었고 항상 조심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림하이' 때 이 마음을 먹고 1년 지났는데 그 마음 그대로 쭉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드라마 사상 최고의 섹시한 왕이라 꼽히며 화제를 모았다. 여심을 홀리는 연기가 크게 화제를 모았다. 중저음의 목소리, 애틋한 눈빛... 남다른 멜로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한가인 누나, 김민서 누나 덕에 많이 얻은 거 같아요. 또 무엇보다도 주옥같은 대사들이.. 제게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 준 거죠."
그렇다면 드라마 속 두 여인 중 누가 더 좋았을까. 실제 이상형과 더 가까운 사람이 누구냐는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살짝 당황한 듯 머뭇거리던 그는 "가인 누나는 쭉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고... 민서 누나는 같은 소속사 식구인데... 한 명을 고르려니 어렵네요. 하하하. 왕이니까 둘 다 데려가면 안 될까요?"
그때 인터뷰에 동석했던 소속사 관계자가 "제가 아무한테도 못 가게 할 거예요. 수현 씨는"이라고 농을 쳤다. 이에 기자가 "왜 혈기왕성한 남자의 연애를 방해할 생각이냐"고 응수하니 김수현에게서 "그러니까! 난 청춘인데!"라는 귀여운 투정이 튀어나왔다.
이내 김수현은 "지금은 일상이나 여가나... 사생활 같은 것들은 사실 포기해 놓은 상태예요. 연기가 좋고 바쁜 게 좋고... 열심히 하다보면 (포기했던 것들에 대해) 다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유의 서글서글 귀여운 미소와 호탕한 웃음소리는 여전했지만, 감출 수 없었다. 인터뷰 내내 오버랩 되는 섹시한 훤의 이미지는. 역시 배우란 캐릭터를 거쳐 가며 변하고 성장하고 발전하는 거다.

얼마 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섹시하단 말이 듣기 좋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던 그다. 섹시하단 말을 왜 유독 좋아하는지 물었다.
"'섹시하다'란 게 남자답다, (소년이 아니라) 남자가 된다... 는 그런 의미이기도 하고. '매력적이다'라는 말로 들려서.. 또 '매력'이라는 건 유혹을 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해요."
김수현, 대중을 유혹할 무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무서운 배우가 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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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