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지난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4라운드 FC 서울과 경기서 전북 현대는 특이한 선발 라인업을 내놨다. 바로 최전방 공격수 정성훈(33)이 중앙 수비수로 나선 것. 전북 이흥실 감독대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 대행은 "(김)정우와 성훈이를 두고 고민했다. 정성훈이 신장도 좋고 공격수이기 때문에 데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도 낫다고 생각해 결정했다"며 정성훈의 중앙 수비수 기용을 설명했다. 이어 "성훈이에게 미안하다. '못해도 부담 갖지 말라'고 했다.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포백 라인 중앙 수비수를 맡은 정성훈은 혹독한 수비수 데뷔전을 치렀다. 전반 초반 볼을 돌리다 상대에게 빼앗겨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또 상대의 크로스를 차단하기 위해 발을 뻗었던 것이 자책골이 될 뻔했다.
전반 36분 몰리나(서울)가 왼쪽에서 골문 앞으로 낮게 올린 크로스를 정성훈이 발을 갖다대 막으려고 했으나 공은 그만 골문 안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김민식이 순발력으로 골라인 직전에서 공을 잡아내 정성훈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반전에는 움직임이 괜찮았다. 데얀을 주로 막으며 공중볼 다툼에서 수 차례 공을 걷어냈다. 가끔은 하프라인까지 올라와 전방으로 롱패스를 찔러주기도 했다.
정성훈은 후반 들어 전반보다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종료 직전 몰리나에게 골을 내주며 수비수 데뷔전은 패배로 마무리됐다. 이 대행은 경기 후 "수비수가 복귀하지 못하면 대구와 5라운드 경기에도 정성훈이 수비수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준 선수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훈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나를 믿고 내보냈는데 미안하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겨 놓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골을 허용했다.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눈치껏 했어야 했는데 내 불찰로 골을 먹었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김)상식이 형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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