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감독, "유망주들, 착하기만 하면 안 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3.26 13: 48

"결국 선수 본인이 잘해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강한 승부근성을 보여달라".
자신을 위해서 좀 더 강한 마음가짐을 갖길 바라는 감독의 마음이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2군용'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기회를 찾고 있는 유망주들에게 강한 마음가짐을 부탁했다.
올 시즌 감독으로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그려가고 있는 김 감독은 시범경기 7차례서 2승 3무 2패(공동 4위, 26일 현재)의 성적표를 받았다. 팀 타율은 2할1푼9리로 최하위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2.90으로 1위. 일단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반가운 김 감독이다.

그러나 이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주전 선수의 부상이나 슬럼프 등 변수가 많은 장기 레이스인 페넌트레이스에서 결국 주전 선수 외에도 1.5~2군급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면 김 감독의 첫 시즌 호성적도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김 감독은 투수 서동환(26) 진야곱(23) 내야수 최주환(24) 허경민(22) 등 전도유망한 유망주들의 강한 마인드를 바랐다.
"다들 착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승부근성을 보여줬으면 한다. 전체적으로 1군 개막을 기준으로 한 팀의 투타 윤곽이 잡혀있지만 유망주들도 더욱 분발했으면 한다".
위에 언급된 선수들은 2군 투수코치로 재직했던 김 감독의 손때가 묻거나 2군 무대에서 예의 주시했던 선수들이다. 2010년 2군 경기서 제구되지 않은 직구로 KIA 최용규(군입대)의 헬멧을 박살내며 자괴감에 빠졌던 서동환이나 그 해 개막전서 허리 통증으로 인해 밸런스가 무너져 기약없는 재활군행을 택했던 진야곱에게 이야기했던 말은 여전히 똑같았다. "결국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동환이야 시범경기에서 굉장히 잘 해주고 있으니 다행이다. 야곱이는 첫 경기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는데 다행히 다음 경기서 1이닝을 잘 막아냈다. 만약 그 아이를 그대로 2군으로 보내버렸다면 더 망가질 수 있을 것 같아 한 번 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잘하고 못하고는 선수 자신의 몫이라는 점을 항상 명심했으면 좋겠다".
공격형 내야수로 가능성을 지닌 최주환과 내외야를 오가는 선수로 시험받고 있는 허경민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시범경기 5차례서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고감도 타격을 보여주는 최주환에 대해 "굉장히 잘하고 있다. 다만 누상에서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잘 숙지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 김 감독은 대뜸 '허경민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아세요'라며 질문했다. 답은 '웬만해서는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민이는 투수를 괴롭힐 수 있고 후속 타자들에게 스트라이크존이나 상대 투수의 투구패턴을 습득하는 기회를 줄 수 있는 타자다. 그래서 외야 훈련을 병행해서라도 1군에 꼭 붙어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다만 주환이나 경민이도 너무 착한 선수라. 1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승리하고 상대 투수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승부근성을 불태워야 한다".
취임과 함께 김 감독은 줄곧 '1군 엔트리 26인이 모두 경기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전력이 될 수 있는 팀'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저마다 강한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다면 이는 그저 이상론에 그칠 수도 있다. 그만큼 김 감독은 유망주들의 뇌리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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