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걷어낸 사직구장, 수비 강화한 롯데에 암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3.27 09: 12

지난해 9월 발생한 '야구장 석면 파동'이 롯데 자이언츠 내야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2008년 구장정비를 하며 내야에 흙을 새로 깔았었던 깔았던 사직구장은 이번 겨울 내야 그라운드의 흙을 다시 전면적으로 교체했다. 바로 작년 9월 터졌던 야구장 석면파동 때문이다. 예전 사직구장 내야 그라운드의 흙은 모두 감람석 파쇄토로 깔렸었다. 감람석 파쇄토는 입자가 곱고 배수가 양호해 야구장에서 선호했던 흙. 그러나 여기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고, 사직구장은 부산광역시 자체조사 결과 법정 기준치인 1%보다는 적은 0.25%의 석면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오랜 시간동안 다져져 경기를 하는데는 최적의 상태였지만 부산시는 선수 및 관중의 건강을 생각해 교체를 결정했다.
선수단의 마무리훈련이 끝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올 2월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석면이 검출된 내야, 홈플레이트 부근, 외야 워닝트랙 및 덕아웃의 흙 586톤(t)을 모두 파내고 그 자리에 2억4900만 원을 들여 견운모 10%, 마사토 90%의 새 흙과 인조잔디를 깔았다. 견운모는 입자가 곱고 치밀해 화장품 재료로 쓰일 정도로 무해한 것이 특징. 또한 마사토는 화강암을 잘게 부순 것으로 황색 빛을 띠고 배수가 양호해 야구장, 테니스장 등 체육관련 그라운드에 주로 쓰인다.

그렇지만 문제는 땅이 다져질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보통 그라운드 흙을 교체한 이후 정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기까지는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데 비시즌 기간동안 급하게 공사가 진행돼 시간이 부족했다. 때문에 바뀐 그라운드에 선 롯데 선수들은 "마치 백사장에 서 있는 것 같다"며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롯데 권두조 수석코치 역시 "땅이 너무 부드러운게 문제였다. 그라운드가 너무 쉽게 파여서 야수들이 수비를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직구장은 롯데 선수단이 청주 원정을 떠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동안 단단하게 다져지는 마사토를 좀 더 까는 그라운드 정비작업을 추가로 실시했다. 그렇지만 짧은 시간동안 보완되기는 힘든 일. 비가 오고 선수들이 경기를 계속 해야만 그라운드가 다져지기에 정상화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비로 취소된 22일 KIA와의 사직경기를 앞두고 롯데 관계자는 "비가 오더라도 우리는 그라운드를 다져야 하니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새로 흙을 깔다보니 그라운드가 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금씩 비가 내리는 와중에 치러진 23일 롯데와 KIA의 사직 시범경기에선 불규칙바운드가 내야수들을 괴롭혔다. 롯데 2루수 조성환은 갑자기 튄 타구에 목 아래 부근을 맞고 병살 플레이를 완성시키지 못했으며 KIA 1루수 김상현 역시 박종윤의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키며 얼굴로 날아오자 황급히 피해 안타를 허용하기도 했다.
24일 LG와의 사직경기를 앞두고 만난 조성환은 "아직은 새 그라운드에 적응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어차피 상대팀도 같은 조건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홈 구장에서 받을 수 있는 어드밴티지가 없어진게 아닌가"라며 입을 열었다. 조성환의 설명에 따르면 내야수마다 수비하기에 원활한 구장이 있다고 한다. 예전 잠실구장과 문학구장은 흙이 적당히 단단해 수비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조성환은 "처음 캠프 마치고 내야에 섰을 때 너무 물러서 스펀지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 지적해서 결국 그라운드를 한 번 갈았는데 이번에는 작은 돌들이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킨다"고 현재 사직구장 그라운드 사정을 설명했다.
이에 권 코치는 "그라운드가 울퉁불퉁하면 수비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 내야수는 타구를 기다리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모든 타구 상황을 그리며 수비를 한다. 그럴때 바로 앞에 그라운드가 파인 자국이 보인다던지 작은 돌덩이가 보이면 거기에 신경을 쓰게 되며 집중력이 흐트러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성환 역시 "내야수는 어쩔 수 없이 그라운드 상황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사직구장의 관리주체가 부산광역시 시설관리공단이라 롯데 구단도 손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현재 그라운드에 여러 지적을 하고 있지만 우리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있다"면서 "구단도 조속한 그라운드 안정화를 위해 매일 물을 뿌리고 다져주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빠른 시일내에 선수들이 플레이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겨울동안 롯데는 수비조직력 강화에 많은 힘을 쏟았다. 덕분에 시범경기동안 보여지는 롯데의 내야수비는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시범경기 초반 홈 경기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암초를 마주하게 된 롯데. 그라운드 흙 전면교체가 올 시즌 롯데 수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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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직구장의 지난해(위)와 올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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