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속 시범경기, 이대로 괜찮을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3.27 08: 14

“부상이나 안 당해야 할텐데...”
25일 두산과 KIA의 시범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두산 김진욱 감독과 KIA 선동렬 감독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24일 초유의 강설 속에서 기상악화로 인한 콜드게임 무승부를 펼친 양 팀의 사령탑은 이날도 쌀쌀한 날씨에 대한 걱정을 숨길 수 없었다. 
두 감독은 각자의 덕아웃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 감독과 선 감독 모두 “부상당하기 쉬운 날씨다. 아직 날씨가 추운데 시범경기라도 좀 따뜻한 곳에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일이다. 안 그래도 부상선수가 많은데 시범경기에서 또 다치는 게 아닌 가 걱정된다”고 악조건 속 시범경기를 치르는 아쉬움을 표했다.

걱정은 잠실구장뿐이 아니다. 잠실구장이 추위로 꽁꽁 얼었다면 청주구장은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해 벌써 3경기나 취소됐다. 관리 미비와 열악한 구장 시설로 비라도 내리면 바로 우천취소로 이어졌다. 개막에 대비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팀 구상을 마무리해야하는 상황에서 많은 팀들이 시범경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해결책이 없지는 않다. 사령탑들의 말 그대로 남쪽 지역에서 시범경기를 치른다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처럼 정규 시즌 개막 이전까지 따뜻한 지역에서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모두 소화한다면 부상 걱정이나 경기 취소 걱정을 덜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플로리다, 애리조나 지역에 스프링캠프를 집중시키고 있고 일본 프로야구는 오키나와, 가고시마 지역에 팀 별로 캠프 지역을 만들어놓고 있다. 국내 구단의 경우 겨울 내내 미국, 일본 팀들의 시설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투자가 필요하다. 남쪽 지역에 시범경기를 집중하려면 보다 많은 야구장이 생겨야한다. 1·2군 프로 경기 외에도 아마야구 주말리그, 사회인야구 등으로 인해 각 지역 야구장은 포화상태다. 결국 사직구장을 쓰는 롯데나 창원구장이 홈인 NC외에 팀들도 보다 나은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는 그라운드가 필요하다.
물론 투자는 결실이 예상되는 경우에나 가능하다. 지방구장 건축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것처럼 단지 시범경기 만을 위한 구장 건립은 불가능일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 규모의 구장을 고집하지 않고 아마 야구 혹은 사회인 야구를 병행하는 다목적 구장이 조성된다면 일 년 내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프로팀 경기에 주안점을 두지 않기 때문에 입지선정, 관중석 규모 등에도 구애 받지 않는다. 국내 팀들도 무료입장 시범경기에서 신경 써야 하는 구장 관리와 경기 진행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다.    
  
지난 주말 잠실 경기의 경우 부상 걱정 때문에 투수도, 타자도 빠르게 경기를 진행시켰다. 투수는 서둘러 볼카운트 잡아갔고 타자도 공격적으로 스윙했다. 날씨가 더 추워지고 눈 혹은 비라도 내리면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넓어지고 투수와 타자들의 경기 템포는 보다 빨라진다.
6개월 133경기 장기 레이스에 대비해 시험할 것이 많은데 여건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 많은 관중으로 인산인해는 이루지만 8개 구단이 각자의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시범경기 정책에 대해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drjose7@osen.co.kr
24일 시범경기 초유의 기상악화로 콜드게임 처리된 잠실구장 /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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