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을 막론하고 모든 스포츠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우선 사항은 '꾸준함'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제 몫을 할 수 있는 지속성이 있어야 팀을 운용하는 코칭스태프는 확실한 계산이 선다.
한화 2년차 좌완 투수 유창식(20)은 지난주 프로야구 화제의 인물이 됐다. 22일 청주 두산전 시범경기에서 선발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투를 펼쳤다. 8회 3타자 연속 루킹 삼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에이스 류현진과 흡사한 투구폼도 단박에 화제가 됐다.
그러나 바로 다음 등판이었던 25일 청주 삼성전에서는 8회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로 1실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나올 정도로 빨랐지만, 20개 공 중에서 13개가 볼일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두산전의 상승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다.

한대화 감독은 "두산전에서 원래 1이닝만 던지게 돼 있었는데 괜찮아 보여 3이닝까지 던지게 했다"며 "그날처럼 던지면 올해 잘 써먹을 수 있다. 볼끝도 좋았고 변화구도 되고 코너워크도 이뤄졌다"는 말로 유창식의 두산전 호투에 깊은 인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역시 '지속성'이 문제였다. 한 감독은 "그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데 경기에 따라 워낙 달라진다"며 아쉬워했다. 유창식 본인도 "아직 확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 매경기 꾸준하게 잘 던져야 한다. 컨트롤만 잘 되면 편하게 던질 수 있을텐데"라며 스스로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유창식의 활약이 중요한 건 '필승 좌완' 박정진의 공백 때문이다. 캠프 기간 어깨 미세 염증으로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박정진의 복귀가 더뎌지면서 좌완 유창식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한 감독은 "정진이가 개막까지 복귀가 되지 않으면 유창식으로 메울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범경기는 아직 6경기 더 남아있다. 두산전에서의 인상적인 피칭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내비친 유창식이 남은 시범경기에서 '지속성'을 유지해 최상의 상태로 시즌 개막을 맞이할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지속성의 유지 여부 결과에 따라 코칭스태프가 그에게 부여하게 될 팀 내 역할의 크기와 무게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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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