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투펀치의 모의고사. 결과는 서로 달랐으나 투구 내용은 페넌트레이스서 맹활약을 펼치기 위한 시험 등판으로서 내실있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31승을 합작한 두산 베어스의 원투펀치인 ‘써니퍼트 듀오’ 김선우(35)-더스틴 니퍼트(31)의 2012 시범경기는 일단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
김선우와 니퍼트는 지난해 각각 16승, 15승을 올리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두산의 얼마 안 되는 위안거리가 되었다. 김선우는 직구 위주 투구에서 완급조절형 투구로 완벽하게 변신하며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는 데 성공했고 니퍼트는 203cm 장신에서 비롯된 154km에 달하는 직구는 물론 투심,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8개 구단 외국인 투수 중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최고의 원투펀치로 호흡을 맞춘 두 투수의 이번 시범경기 중간 결산 성적은 차이가 있다. 김선우가 지난 25일 잠실 KIA전서 6이닝 6피안타 무실점투로 승리를 거두는 등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 중인 반면 니퍼트는 22일 청주 한화전서 5이닝 7피안타 4실점 패배를 맛보며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5.00의 성적을 남겼다.

중간 결과는 다르지만 일단 두 투수가 ‘시험’의 의미를 크게 두고 있다는 점은 같다. 기본적으로 김진욱 감독이 “우리 김선우-니퍼트 원투펀치는 확실하게 믿고 있다.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몸을 잘 만들고 페이스를 올리기 때문”이라며 무한신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 바탕이다.
김선우는 시범경기 두 차례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일 잠실 LG전서 김선우는 초반 직구를 앞세운 투구를 펼쳤다. 이날 4이닝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던 김선우는 경기 후 “직구 힘이 괜찮은 편이었으나 공이 붕 떠서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다음 경기에서는 공을 좀 더 찍어 누르는 투구를 펼쳐야겠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25일 KIA전서는 생각대로 맞아 떨어지는 피칭을 보여준 뒤 “타자를 빠르게 잡기 위해 낮게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라며 밝게 이야기했다. 개막에 맞춰 페이스를 올리는 만큼 낮게 제구하고자 하는 노력을 비춘 김선우다.
그에 반해 니퍼트가 중점을 둔 부분은 몸쪽 변화구 구사였다. 사실 지난해 니퍼트는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향하는 서클 체인지업을 여간해서 던지지 않았다. 역회전되어 꺾이는 서클 체인지업 특성 상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로 몸에 맞는 볼이 속출할 수 있는 데다 웬만해서 속지 않더라는 선수의 이야기도 있었다.
22일 청주 한화전서 니퍼트는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자주 구사했다. 지난해 11월 두산에서 한화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적한 뒤 2회 선제 결승 솔로포를 때려낸 포수 최승환은 “체인지업을 자주 던지는 것 같아 투구패턴을 살펴본 뒤 노리고 들어갔는데 홈런으로 연결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니퍼트는 “지난해 잘 던지지 않던 공인 데다 시범경기인 만큼 빈도를 높여 던졌다. 시범경기에서 이렇게 맞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라며 시범경기 패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는 개막을 앞두고 초조해하기보다 “내 공을 한 시즌 동안 봐 왔던 타자들이 많으니 똑같은 패턴을 고수할 수는 없다. 나도 시즌 초반까지 여러 방안을 모색하며 이전과는 다른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변화상에 중점을 두었다.
굳이 코칭스태프가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이들은 스스로 시험해야 할 부분과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팀이 올린 61승의 반 이상을 수확한 원투펀치는 올 시즌 팀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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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니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