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힘이 매서워졌다.
넥센은 현재 2연패 후 4연승으로 한화 이글스(4승1패)에 이어 시범경기 2위를 달리고 있다. 시범경기를 시작한 뒤 2경기 연속 영봉패를 당하며 '올해도 약한 듯'한 넥센이었다. 그러나 이후 4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보란 듯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1 시즌 최하위(79개)였던 팀 홈런은 6개로 1위다. 물론 몇 경기 치뤄보지 않았고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넥센은 경기 내적인 운영 면에서도 예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야구계를 놀래키고 있다.

▲ '끝내주는' 선수들이 생겼다
"저 이름은 누구야?". 넥센과의 경기를 앞둔 상대팀 덕아웃에서 자주 들려오는 말이다. 다른 팀엔들 무명 선수가 없겠냐만 유독 넥센의 선발 라인업에 인지도가 낮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 있어 선수들이나 감독들이 취재진에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선수들이 달라졌다. 김시진(54) 감독의 '신의 한 수'다. 김 감독은 지난달 전지훈련을 마무리하며 "선수들의 기본기가 향상됐다. 특히 내야수 오재일(26), 조중근(30), 지석훈(28) 등 선수들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한 바 있다. 그리고 김 감독의 예언이 적중했다.
지석훈은 지난 24일 문학 SK전에서 5-6으로 뒤진 9회초 2아웃에 역전 3점포를 쏘아올리며 그날의 '히어로'가 됐다. 이에 뒤질 세라 조중근이 다음날(25일) SK를 상대로 다시 8회 역전 솔로포를 터뜨려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오재일은 9타수 2안타지만 2루타 한 개, 3루타 한 개의 '장타 순도'를 자랑하며 3타점을 쓸어담았다.

▲ 져도 쉽게 지지 않는 '끈기'가 생겼다
시범경기 시작 전 외야수 이택근(32)은 "지난해 넥센과는 다르다. 져도 쉽게 지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는 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흥식(50) 타격코치도 "선수들이 예전과 달리 자기 역할에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할 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범경기서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6경기 중 3경기째 8회 이후 홈런으로 결승점이 나왔다. 9회초 2아웃에서 나온 홈런이 두 방이었다. 지난 여름 투수 심수창(31), 내야수 박병호(26)의 합류와 겨울 이택근, '핵잠수함' 김병현(33)의 입단 등으로 전력 보강이 되면서 '우리도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선수들 사이에 생겼다. 지고 있어도 언제 뒤집을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전유수(26), 장효훈(25) 등 군제대 선수들과 한현희(19), 박종윤(19), 서건창(23) 등 신인 선수들의 맹활약도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라진 건 새로 들어온 전력과 주전 경쟁을 벌이게 된 기존 선수들의 각성. "어느 포지션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김시진 감독의 말이 와닿았는지 선수들 모두 눈에 불을 켠 모습이다.
다만 넥센이 연일 극적인 승리를 이어가고 있어도 김 감독이 걱정하는 것은 '기본기'다. 아직 젊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아 매 경기 허무한 실책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이어진 실점으로 점수를 내줘 끝까지 어려운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투타의 기복이 심한 것도 경험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넥센 선수단이 점차 기본기를 다지고 경험을 쌓아간다면 시즌 중 더 무서운 팀이 될 수 있다. 넥센의 베테랑 송지만(39)은 최근 말했다.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이 올 시즌 경기를 하다가 언젠가 '이렇게 이기는 거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게 강팀이 되는 터닝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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