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기획사, 달라졌다.. '관계 재정립'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03.27 11: 43

아이돌그룹과 연예기획사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소속돼 시스템에 따라왔던 아이돌 스타들이 최근 기획사들의 파트너로 격상돼 관계 설정을 다시 하고 있는 것.
물론 여전히 아이돌그룹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철저한 기획과 마케팅으로 제작, 관리되고 있어 소속사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스타를 기획사에 참여시키려는 업계와 기획사와 함께 하려는 스타의 노력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6일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고아라, 이연희 등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1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회사에 '소속'되는 게 아니라, 함께 참여해달라는 의미다.
이는 회사와 스타간의 유대감을 높여 향후 안정적인 활동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SM은 "회사와 소속 아티스트간의 파트너쉽 관계를 강화, 소속 연예인의 증자참여를 통해 회사의 비전과 성장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체적인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먼저 나섬에 따라, 향후 다른 소속사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소속 가수들을 아우르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음악 기획 역시 달라지고 있다. 전세계를 넘나드는 곡 수집과 대중적인 기호도를 분석하는 일 등은 모두 기획사의 몫이지만, 이 와중에 직접 충분히 제작이 가능한 수준의 곡을 만들어내는 아이돌 가수들도 늘고 있는 것. 기존에는 히트곡을 여러곡 만들어낸 톱스타의 위치에서야 자작곡을 욕심낼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상당수의 신인그룹이 데뷔와 함께 자작곡을 선보이고 있다.
이같은 자작곡은 파격적으로 타이틀곡에 선정되기도 한다. 최근 정규1집을 발표한 아이돌그룹 B1A4는 리더 진영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 '베이비 아임 쏘리'로 활동을 시작했다. 멤버들은 "형이 만든 노래를 듣고 '이 노래다' 싶었다. 사장님께 들려드리고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씨엔블루 역시 아이돌 그룹의 테두리를 훌쩍 벗어났다. 지난 26일 발표한 세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6곡 중 5곡은 정용화가 참여한 노래다. 타이틀곡 '헤이유'만 다른 작곡가의 노래. 하지만 이 마저도 '마지막'일 수 있다. 정용화는 "이번까지는 씨엔블루의 기존 색깔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활동이 끝난 후에는 이후의 음악색깔에 대해 직접 고민해볼 것"이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스타들의 마인드도 바뀌었다.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는 아예 직접 '기획사'가 된 케이스다. 각기 다른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여섯 멤버들은 공동으로 출자해 신화컴퍼니를 따로 설립, 신화 활동만을 위한 회사를 직접 차렸다. 오래 호흡을 맞춰온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춰 멤버들이 직접 기획부터 스케줄 조율, 세세한 회의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다.
소속사의 '기획'으로 태어난 아이돌그룹이 완전히 '주체'가 된 것. 국내 아이돌 사상 최초다. 오랜 기간 엔터 업계를 경험하면서 멤버들 역시 전문가 못지 않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기에 가능한 일인 것으로 풀이된다. 리더 에릭은 "음악과 안무 부분에선 이민우가, 공연 부분에선 신혜성이 리더 역할을 한다. 각자 잘하는 영역에서 돌아가며 리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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