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부였다. 그러나 기적은 없었다. '전통의 배구명가' 현대캐피탈이 KEPCO를 누르고 2연승으로 남자부 V리그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지었다.
현대캐피탈은 2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준PO 2차전에서 KEPCO를 세트스코어 3-1(25-18, 20-25, 25-20, 25-20)으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1차 관문을 가뿐히 통과했다.
현대캐피탈로선 53점을 합작한 수니아스(31점, 블로킹 3개, 서브 2개)와 문성민(22점)의 활약이 빛났다. 반면 KEPCO는 안젤코(29점,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3개)가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현대캐피탈의 좌우쌍포를 막지 못하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로써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PO 무대를 밟게 된 현대캐피탈은 이미 선착해 있는 대한항공과 오는 31일 1차전을 시작으로 3전 2선승제의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지난 1차전서 세터 김천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던 신춘삼 감독은 2차전을 맞아 조선대를 졸업한 180cm의 신인 세터 김정석(23)을 선발로 출전시키며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캐피탈의 하종화 감독 역시 최태웅을 비롯해 수니아스, 문성민, 이선규, 윤봉우 등 베스트멤버를 총출동시키며 2연승으로 끝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캐피탈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던 1차전과는 달리 양 팀은 1세트부터 물러섬 없는 팽팽한 대결을 이어나가며 명승부를 펼쳤다. KEPCO는 매 세트 접전을 펼치며 선전했지만 승리는 현대캐피탈의 것이었다.
KEPCO는 1세트 김정석의 비교적 안정된 토스 속에 7개의 범실을 기록한 현대캐피탈의 실책에 힘을 얻어 세트 중반까지 13-12, 1점차로 따라붙는 등 선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이 가진 '수니아스-문성민' 좌우 쌍포의 위력은 많은 실책을 커버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이어 블로킹까지 살아난 현대캐피탈은 결국 1세트를 25-18로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KEPCO는 안젤코의 원맨쇼시속에 2세트를 25-19로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시종일관 1~2점차의 접전을 이어간 양 팀의 승부는 결국 후반에 갈렸고 해결사는 안젤코였다. 안젤코는 16-16 동점 상황 이후 혼자서 5점을 책임지며 승부를 갈랐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침묵 속에 수니아스가 9점을 올리며 선전했지만 단 하나의 블로킹도 성공시키지 못한 채 2세트를 내줬다.
세트스코어 1-1. 3세트는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2세트를 빼앗긴 현대캐피탈은 다시 전열을 정비, 문성민과 수니아스의 쌍포를 앞세워 KEPCO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KEPCO 역시 시간차와 속공 등 변칙 공격을 폭발시키며 8-7로 앞선 채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이르는 등 힘을 냈다.
결국 팽팽한 대결 속에 승부는 마지막에 가서야 갈렸다. 19-17로 아슬아슬하게 앞서 나갔던 현대캐피탈은 이후 강력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어 놓았고 KEPCO의 실책을 유발, 25-20으로 3세트를 따내며 다시 앞서 나갔다.
다시 한 번 승기를 잡게 된 현대캐피탈은 4세트 역시 KEPCO의 맹추격을 따돌리며 25-20으로 승리, 명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KEPCO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보여줘며 4세트 막판 23-20까지 따라붙었지만 더 이상의 추격하지 못하며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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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