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구단 원정거리 총합, 지구 세 바퀴…롯데 또 1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3.28 07: 41

올해 프로야구는 지구를 세 바퀴 돌고 이 가운데 롯데 혼자 반 바퀴를 돈다.
지난해 11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2년 프로야구 일정을 발표했다. 2012년 각 팀의 홈·원정 경기 수는 지난해 홈에서 66경기를 치른 KIA, LG, 한화, 넥센이 올해는 홈 67경기·원정 66경기를, 반대로 작년 홈 67경기를 치른 삼성, SK, 롯데, 두산은 올해 홈 66경기·원정 67경기를 갖도록 했다. 여기에 4월 한 달동안 한화는 대전 한밭구장 리모델링 공사 관계로 청주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르게 된다.
KBO가 정규시즌 일정을 짜며 고심한 부분은 구단간 이동거리다. 특히 매년 이동거리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롯데같은 경우엔 본래 홈·원정 9연전을 편성하지 않는 기준에서 탈피, 6월 15일부터 24일까지 원정 9연전을 치르도록 했다. 이때 롯데는 넥센(목동)-SK(문학)-LG(잠실)와 각각 경기를 가져 수도권 경기를 몰아서 치를 예정이다.

▲ 이동거리 총합은 지구 세 바퀴
올 시즌 8개 구단의 원정경기 이동거리는 롯데(2만768km)-KIA(1만7593km)-삼성(1만5155km)-한화(1만3912km)-SK(1만2959km)-넥센(1만1374km)-두산(1만395km)-LG(9803km)순이다. 이를 모두 합치면 8개 구단은 올 시즌 11만1959km를 달리게 된다. 지구 한 바퀴가 약 4만km이므로 올해 프로야구는 지구 세 바퀴를 도는 셈이다.
가장 많은 거리를 이동하는 롯데와 가장 여정이 짧은 LG는 총 이동거리에서 두 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한화는 청주구장에서 13경기를 치르게 돼 홈 경기를 위해 원정 버스에 오르게 됐다. 만약 한화가 시즌 초 그대로 대전구장을 사용했다면 총 이동거리는 SK보다 적은 11663km로 줄어들 수 있었다.
자동차를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거리가 먼 구장은 문학구장과 사직구장이다. 문학구장을 출발해 사직구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407km를 달려야 한다. 이어 목동구장에서 사직구장까지의 거리가 403km로 두 번째로 장거리 여행이다. 아무래도 롯데가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사직구장은 모두에게 '너무나 먼 당신'이다.
반면 가장 가까운 구장은 잠실구장과 목동구장으로 불과 24km밖에 안 된다. 올림픽대로를 30분만 달리면 갈 수 있으며 택시를 탄다 하더라도 교통체증만 만나지 않는다면 2만원이 채 나오지 않는다. 만약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과 LG 가운데 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넥센과 만난다면 뉴욕 양키즈와 메츠처럼 '지하철 시리즈'를 할 수도 있다.
▲ 롯데 "올해도 우리가 이동거리 1위냐" 푸념
원정경기 이동거리 부동의 1위는 롯데다. 수도권에 무려 네 구단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에 어쩔 수 없다. 가장 가까운 대구구장 까지도 100km가 넘고 수도권 구단은 400km가 넘기 일쑤다. 올 시즌 롯데의 총 이동거리는 2만768km로 8개 구단 평균 이동거리인 1만3995km보다 대략 50% 더 많이 이동한다. 올 시즌도 롯데는 홀로 지구 반 바퀴를 돌게 되는 셈이다.
이미 부산에서 31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롯데지만 장거리 여행이 익숙해지긴 힘들다. 롯데 구단 한 관계자는 "위치적인 특징 때문에 롯데가 매년 이동거리 1위는 맡아놓고 있다"면서 "최근에 KIA가 이동거리 1위를 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2009년이었다. 그 해 KIA가 우승했으니 우리도 가급적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매년 2만km가 넘는 거리를 여행했다면 조금은 익숙해 질 수도 있겠지만 이적생은 롯데 특유의 원정 이동거리에 혀를 내두른다. 2009년 가장 이동거리가 적은 축에 속했던 두산에서 롯데로 팀을 옮긴 홍성흔은 "처음 롯데 들어오고 나서 장거리여행을 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시달리며 어떻게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고 푸념하고는 "그래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장거리 여행을 자주 하면서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았다. 노트북에 영화 등을 한 가득 넣고 다니며 보고 쉰다"고 했다.
그렇지만 롯데 엄정대 1군 매니저는 "장거리 이동은 익숙해 진다고 해서 몸이 적응하는 건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긴 원정길에 나름대로 선수마다 요령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버스에서 몇 시간 잔다고 해서 그게 어디 집에서 짧게 자는것과 비교를 할 수 있겠냐"고 비유를 한 엄 매니저는 "알게 모르게 선수들의 몸에 피로가 누적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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