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보다 타이밍", 김선우의 바뀐 직구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3.28 10: 03

"직구를 얼마만큼 빠르게 던지느냐는 능사가 아니다. 어느 타이밍에서 빠른 속구를 구사하느냐가 중요하다".
국내무대에서의 첫 2년 간 그는 누구보다 강한 직구를 던지고자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기교파 투수로서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구종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파워피처로 국내무대를 밟았던 '써니' 김선우(35. 두산 베어스)는 이제 확실한 기교파 에이스가 되었다.
2009년 11승을 시작으로 2010년 13승, 지난해 16승을 올리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에이스로 자리를 굳힌 김선우는 시범경기 2차례 등판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90으로 순조롭게 시작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간 시범경기 기간 중 팔상태가 가장 괜찮은 상태라는 점은 선수 본인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나도 그렇고 가족들이 다 감기에 걸려서 큰일"이라면서도 김선우는 체력 훈련을 잊지 않았다.

"최근 3년 중 팔 상태는 가장 괜찮다. 지난 2년 간은 팔꿈치가 말썽이었는데 지금은 팔꿈치가 나아져서 조금 더 공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시범경기 두 차례서 김선우는 간헐적으로 140km대 후반의 직구를 선보였다. '구위 회춘인가'라는 농담을 건네자 웃은 그는 "스피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직구 스피드는 중요하지 않다. 대신 어느 타이밍에서 빠른 속구를 던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상대 타자가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서 직구를 던져 범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2008년 1월 두산과 입단계약을 맺은 뒤 김선우는 첫 2년 간 '나는 파워피처다'라는 이미지를 중요시했다. "나는 탈삼진을 많이 뽑는 스타일이 아니라 빠른 템포로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이다. 다만 빠른 직구를 던지는 파워피처의 이미지만은 잃고 싶지 않다"라는 입장을 지키던 김선우였으나 첫 해 어깨 부상에 이은 무릎 부상과 팔꿈치 통증은 그를 어렵게 했다.
또한 국내 타자들의 컨택 능력과 힘은 김선우의 153km 직구로도 쉽게 누르기 힘들었다. 한화 시절 이범호(KIA) 등 노림수 타격이 좋은 타자들은 김선우의 150km대 직구를 담장 너머로 심심치 않게 날려보냈다. 2008년 6승에 그친 데 이어 2009년 11승을 올렸으나 평균자책점 5.11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김선우는 이듬해부터 직구 위주의 투구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 때는 빠른 직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힘이 되는 한 세게 공을 던지고 싶었는데 그것이 팀을 위한 투구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 2009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스스로 생각했던 김선우의 이미지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돌아 들어가는 법도 알고 있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난 2년 간 김선우는 직구구속 저하 현상과 함께 빠른 직구의 빈도도 급격히 줄여나갔다. 그와 함께 김선우는 광속구 투수가 아닌 변화구 투수로서 팀의 진정한 에이스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속내에는 아픔이 있었다.
"2010년에는 개막전부터 무릎이 너무 아파서 상체 위주 투구를 했다. 그러다보니 팔꿈치에 무리가 갔고 후반기 로테이션을 몇 차례 거른 원인이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지난해 시범경기 동안에도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을 했고". 실제로 김선우는 지난해 시범경기 동안 등판이 없던 날에는 파라핀 테라피 기계에 오른 팔꿈치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팔꿈치가 건강해졌다.
"확실히 최근 3년 중 팔꿈치 상태는 가장 좋다. 그렇다고 구위 회춘까지는 아니고.(웃음) 빠른 직구를 우격다짐으로 주야장천 던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타자의 수를 읽고 그 허를 찌르는 타이밍에 직구를 던지고 싶다. 그래도 기왕이면 좀 더 좋은 볼 끝이었으면 좋겠네".(웃음) '나는 강속구 투수다'라는 이미지를 버린 대신 기교를 통한 수싸움의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인지 김선우의 웃음에는 한결 여유가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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