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얼마 안 남은 사람처럼" 장성호 배수진쳤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3.28 06: 27

"외다리 타법을 버리기 힘들었는데…".
한화 '스나이퍼' 장성호(35)가 변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외다리 타법을 버렸다. 투수의 경쾌한 키킹 동작을 연상시킬 정도로 힘차게 들어올리던 오른 다리를 땅에 디딘 채 치고 있다. 여기에 안경도 벗어던졌다. 지난 겨울 라식 수술을 통해 안경과 작별했다. 30대가 꺾이기 시작한 35세. 장성호는 살아남기 위해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장성호는 외다리 타법 포기에 대해 "나도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이제 이 폼으로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며 "예전부터 다리를 내리는 것이 어떻냐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직 몇 경기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괜찮다. 타이밍을 잡는데 좋다. 타구 힘이 실리지 않는게 아쉬운데 그것만 보완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장성호는 바뀐 타격폼으로 임한 시범경기 3경기에서 10타수 4안타를 치고 있다.

주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대화 감독은 "그 정도 되는 선수에게는 알아서 맡긴다. 본인이 의지를 갖고 하고 있으니 어드바이스 하는 정도"라고 믿음을 보였다. 이종두 수석코치는 "외다리 타법으로는 예전처럼 느린 공이나 변화구에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 다리를 들지 않고 치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강석천 타격코치도 "작년에도 다리를 완전히 든 것이 아니었다. 다리를 들면 힘이 많이 들어가고, 타이밍을 잡기도 어렵다. 차라리 다리를 내리고 치는 게 낫다. 지금까지 적응력도 좋아 괜찮을 듯하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장성호를 만든 게 바로 외다리 타법이었다. 1997년 해태에서 김성한 타격코치의 권유로 다리를 들기 시작한 이후 9년 연속 3할 타율을 때렸다. 지난 몇 년간 다리를 내리려 했지만 이미 몸에 길들여진 타격폼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마무리훈련 때부터 독하게 마음 먹고 오른 다리를 땅에 붙였다.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공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장성호는 "사실 외다리 타법 버리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최근 4~5년간 부진한 바람에 인생 자체가 궁지에 몰렸다.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자리는 없다"고 했다. 그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라식 수술을 한 것도 같은 이유. 그는 "은퇴가 얼마 안 남은 사람처럼 이것저것 다 시도하며 변화를 주고 있다. 더 이상 주저할 수 없다"는 표현으로 절박함을 나타냈다.
한대화 감독의 믿음은 배수진을 친 장성호에게 구원과도 같다. 한 감독은 "결국 장성호가 키다. 장성호가 살아나야 김태균과 최진행도 함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성호는 "감독님의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힘이 된다. 재활하는 동안 '내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때 기사를 통해 감독님의 말을 듣고 힘을 얻었다. 50일간 재활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떠올렸다. 덕분에 재활도 당초 예상보다 빨리 소화했다.
벼랑끝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과감한 변화. 조준경을 정비하고 있는 스나이퍼의 모습이 올해는 정말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