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감독, '대기타석 자세' 강조한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3.28 07: 40

사실 이번 시범경기에서만 나왔던 단점이 아니다. 예전에도 타 구단 측에서 팀의 약점으로 지목하던 점이었고 이제 신임감독과 수석코치가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타자들이 대기타석에서 보여줘야 할 자세를 부탁했다.
두산은 지난 27일 넥센과의 시범경기서 4-6으로 패했다. 0-2로 뒤지고 있던 2회말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과 김동주의 우익수 방면 3타점 2루타로 4-2 역전에 성공했던 두산이었으나 3~5회 이어진 득점 찬스들을 살리지 못하며 넥센의 시범경기 단독 1위 등극을 상대편 덕아웃에서 지켜봐야 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타자들의 페이스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27일까지 두산은 시범경기 팀 타율 2할2푼8리로 8개 구단 중 최하위. 그러나 대체적으로 타자들은 투수들보다 컨디션이 올라오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시범경기에서 나온 기록이 페넌트레이스까지 그대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

김 감독이 진짜 하고 싶던 이야기는 그 다음에 이어졌다.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와도 상의했던 문제"라고 밝힌 김 감독은 타자들이 대기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공을 얼마나 잘 주시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타자들이 대기 타석에 있는 경우를 한 번 유심히 지켜봤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거기서 몸을 풀고 있더라. 몸을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상대 투수의 공을 타석에 들어서기 전 좀 더 지켜보고 타이밍을 익혀두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었다. 이토 수석코치에게도 그 이야기를 하니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더라".
사실 두산은 예전부터 경기 시 초반 공격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받았다. 이전까지 두산은 야수층이 두꺼운 데다 선발보다 계투가 강한 팀이라는 이미지를 지녔다. 이는 어떻게 보면 중후반 뒷심이 강했을 뿐 초반 기세를 잡는 위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몇몇 야구인들은 이전부터 두산 야수진에 대해 "발 빠르고 컨택 능력 좋고 수비 좋은 선수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라며 높이 평가하면서도 "1,2회 스트라이크존 파악 능력이나 상대 중견급 선발 투수들을 경기 초반에 공략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라는 평을 내놓았다. 대기 타석에서 상대 투수가 앞선 타자를 상대로 어떤 공을 던지고 어떤 패턴을 보여주는지 사전에 파악하는 준비 과정이 미흡했다는 한 단면이다.
시범경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김 감독은 타자들에게 '준비하는 자세'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톱타자 요원으로 나서게 될 이종욱(32)과 정수빈(22)에게 성급한 초구 공략보다 공을 오래보며 투수를 괴롭히고 후위 타자들에게 공략점을 제시하는 자세를 권장하는 것도 바로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준비하는 자세'를 갖춰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새 감독 취임 이래 선수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하는 두산. 그러나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두산이 표방한 '적극적인 자세'는 성급한 실전 출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 감독과 이토 수석코치가 지적한 '대기타석에서 갖춰야 할 자세 지침'은 과연 두산 타자들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