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시즌 끝까지 이렇게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전 소속팀에서 그는 '교육리그 에이스' 중 한 명이었다. 매사 성실한 자세로 훈련하며 팀 동료들의 신뢰도 높았으나 결정적인 순간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새 소속팀의 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8년차 우완 박정배(30. SK 와이번스)가 시즌 후 교육리그가 아닌 시범경기에서 빼어난 호투를 보여줬다.
박정배는 지난 27일 시범경기 문학 한화전에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으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총투구수는 78개였고 직구는 최고 144km까지 전광판에 찍었다. 이로써 박정배는 지난 24일 문학 넥센전에서 1이닝 1피안타(1홈런) 2볼넷 1탈삼진으로 3실점한 부진을 만회했다. 앞선 지난 18일 문학 KIA전에서는 2이닝 2피안타 2탈삼진으로 무실점했던 박정배였다.

공주고-한양대를 거쳐 2005년 두산에 입단했던 박정배는 노경은(두산)과 함께 '교육리그 에이스'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았던 투수 중 한 명이다. 두산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10월 경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선수들을 파견했다. 2007~2010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두산인 만큼 이 교육리그에 파견되는 선수들은 대부분 1군 선수가 아니라 2군에서 미래를 기약하는 이들이었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박정배는 최고 150km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일본 팀 타자들을 주눅들게 했다. 그러나 정작 박정배가 두산 1군에서 거둔 성적은 통산 52경기 2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92. 대부분 크게 뒤진 경기의 추격조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고 구위도 교육리그 때보다 떨어진 경기가 많았다. 결국 박정배는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 후 자유계약 선수로 방출되고 말았다.
"그 때는 제 스스로 페이스 조절을 못했던 것 같아요. 교육리그 때부터 미리 고삐를 당겨버리고 나서 전지훈련 막판에 페이스가 떨어지고 기회도 잃고. SK로 옮겨와서는 그 일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SK에서 박정배는 순조롭게 팀의 일원으로 적응 중이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도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덕택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동기생 (정)상호 같은 경우는 제가 이사할 때 자기 일처럼 도와줘서 너무 고마웠어요"라며 웃은 박정배는 두산 시절보다 확실히 밝아졌다.
"사실 운이 좋았지요. 냉정히 보면 들쑥날쑥한 투구 내용이었는데"라며 투구를 겸손하게 자평한 박정배는 팀 우승과 함께 '선발 경쟁 승리'를 목표로 삼았다. 전지훈련 출발 전 '부상없이 1군 50이닝'을 목표로 삼았던 박정배는 이만수 감독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칭찬 아래 더욱 높아진 자신감으로 다음 경기를 기다렸다. 교육리그 에이스는 이제야 비로소 야구인생의 새 전환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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