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비', 장근석 모르는 중년 가슴까지 적신 비결은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3.28 07: 56

KBS 2TV 새 월화드라마 '사랑비'가 중년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극 전반에 자리한 소소한 아날로그 코드들이 7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중년의 가슴을 적셔내는 것.
지난 26일 첫 방송된 '사랑비'는 27일 2회까지 70년대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그 시대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지금 보면 촌스러운 일명 '청청패션'에 통기타 한 대만 둘러메면 폼 나던 시절이다. 곱게 빗어 내린 생머리와 무릎길이 플레어스커트가 여대생들의 미덕과도 같은 그 시절, 사랑에 목메고 음악에 목숨 거는 청춘들의 몸부림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40대부터 5, 60대의 중년 시청자들이 무릎 탁 치게 만드는 복고 코드가 '사랑비'를 보는 큰 재미 중 하나.
이는 윤석호 PD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미를 통해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구현되고 있다. DJ가 있던 음악다방, 통기타가 즐비하던 예스런 악기상, 밤새는 줄 모르고 막걸리 잔을 나눠마셨던 축제 주점까지... 곳곳에 추억이 있고 흔적이 살아있다.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시대의 느낌을 잘 살려낸 복고풍 의상들 역시 중년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포인트.

지금 세대들 입장에서는 촌스러울지라도 친구를 위해 사랑을 포기하려는 인하(장근석 분)나 좋아하면서도 진심을 숨기고 가슴앓이를 하는 윤희(윤아 분)의 감정 같은 것들 역시 그 시대를 살았던 청춘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대목. 이를 연기하는 장근석이란 배우가 누군지는 잘 몰라도 마치 그 때의 내 모습처럼 느끼며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사랑비' 감상평들 중에는 중년 시청자들의 의견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 기사 댓글 등에는 중년 시청자들의 남다른 소감들이 속속 올라온다. "옛 추억이 떠오른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같이 통기타 배우던 그 친구들이 다시 보고 싶다", "윤아는 70년대 메이퀸이 환생한 것만 같다" 하는 식이다.
더욱이 지난해까지 TV와 드라마를 강타했던 복고 신드롬 덕에 10대, 20대 젊은 세대들까지도 그 시절에 대한 호기심이 거센 상황. 어딘가 낡고 촌스러운, 조금은 답답한 부모님 세대의 정서나 문화를 거부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열린 태도다. 이렇다보니 '사랑비' 속 수많은 복고 코드와 구식의 얘기들은 충분히 젊은 세대들까지 파고들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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