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타자로 새출발하는 시애틀 매리너스 스즈키 이치로(39)가 개막전부터 4안타를 작렬시키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이치로는 2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와의 2012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3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 5타수 4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 2001년 미국 진출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 일본에서 치른 시즌 개막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떨쳤다. 시애틀도 이치로의 활약 속에 개막전부터 연장 11회 접전 끝에 3-1로 승리했다.
1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이치로가 첫 타석에 등장하자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이치로는 오클랜드 선발 브랜든 맥카시와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며 6구째 144km 직구를 받아쳤다. 크게 바운드돼 투수 맥카시의 키를 넘은 타구를 유격수 클리프 페닝턴이 잡아 송구했지만 이치로의 발이 1루 베이스를 먼저 지났다. 2012시즌 메이저리그 1호 안타가 이치로의 발에서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4회초에도 무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이치로는 맥카시의 3구째 141km 바깥쪽 직구를 밀어쳤다. 3루수-유격수 사이로 깊숙히 굴러간 타구를 유격수 페닝턴이 러닝스로로 승부했지만 이번에도 이치로의 발이 여유있게 살았다. 2타석 연속 내야 안타.
6회초 1사 1루 찬스에서 맞은 3번째 타석에서도 이치로는 맥카시의 4구째 143km 낮은 직구를 공략해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중전 안타로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9회초 4번째 타석에서도 구원투수 그랜트 발포어의 초구 143km 직구를 잘 때렸다. 그러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로 좌익수 조쉬 레딕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백미는 연장 11회초였다. 2-1로 리드를 잡은 11회초 1사 2루. 이치로는 바뀐 투수 좌완 제프 블레빈스의 5구째 115km 낮은 변화구를 가볍게 받아쳐 중견수 앞 안타로 연결시켰다. 2루 주자 더스틴 애클리가 홈을 밟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치로는 적시타를 친 후 2루를 노리다 협살 아웃됐지만,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그를 격려했다.
이치로는 지난해 타율 2할7푼2리에 그치며 메이저리그 진출 11년 만에 처음으로 3할 타율에 실패했다. 에릭 웨지 감독은 올해부터 숀 피긴스를 새로운 1번타자로 낙점하며 이치로를 3번 타순으로 돌렸다. 지난해까지 11시즌 통산 1733경기에서 1720경기를 1번타자로 뛴 이치로는 나머지 13경기를 3번타자로 나왔고,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시절에도 1997~1999년 3년간 3번타자를 맡은 경험이 있다.
3번타자로 새출발한 첫 경기부터 트레이드마크인 내야 안타 포함 5타수 4안타 1타점으로 폭발한 이치로. 어느덧 우리나이 불혹의 노장이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일본 개막전에서 고국팬들에게 확실하게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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