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무리 잔혹사를 종결지을 해결사가 나타난 걸까.
LG의 외국인 강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29)가 마무리 전향 후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리즈는 2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에서 4-2로 리드하고 있던 9회말에 등판, 이종범·이현곤·이준호에게 단 6개의 투구수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시속 156km를 찍은 직구구속도 굉장했지만 상대 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제구력으로 직구의 위력을 한층 높였다. 세 타자 모두 리즈의 예리하게 제구된 직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내야땅뽈로 물러났다.
리즈는 마무리 보직을 통보받은 후 “나와 상대하는 타자들이 내 직구에 초점을 맞추고 들어오기 때문에 구속 보다는 제구력이 중요하다. 안쪽과 바깥쪽을 마음껏 던질 줄 알아야 타자들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했고 이날 완벽한 제구력을 뽐냈다. 시속 150km를 훌쩍 넘는 직구가 몸쪽을 예리하게 파고 들어오면 타자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 가만히 있으면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헌납하게 되고 배트를 휘둘러도 땅볼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구위와 컨트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셈이다.

사실 리즈의 마무리 전향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았다. 지난 시즌 선발 등판 시 초반 이닝 실점이 많았고 상대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변화구가 없으며 기본적인 제구력에도 의문이 따랐다. 불펜보다는 선발 경험이 많다는 점도 불안요소였다. 하지만 리즈는 어느덧 매 경기 마운드를 밟는 것에 익숙해졌고 더 나은 제구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특급 마무리로 떠오르고 있다.
리즈는 “사실 매 경기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게 가장 힘들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아직은 적응하는 과정에 있다”라며 “연투도 처음 경험했는데 그래도 점점 몸에 익고 있다. 내 자신을 믿기 때문에 막상 마운드에 오르면 힘이 나고 기분이 좋다”고 마무리 적응에 대한 청신호를 밝혔다.
리즈의 마무리 성공확률을 높게 평가할 수 또 다른 요소는 성격이다. 리즈는 진지하면서도 긍정적인 성격으로 선수단과 붙어서 지낸다. 의사소통이 100% 이뤄지지는 않더라도 팀 동료들과 함께 하는 데에는 문제없다. 마운드 위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면서도 자신은 해낼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슴 속에 심어놓고 있다.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이거나 세이브에 실패하더라도 이를 딛고 일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집중력을 지니고 있다.
올 시즌 리즈가 특급 마무리로 올라선다면 LG는 마침내 마무리 잔혹사에서 벗어나게 된다. LG는 이상훈·김용수 시절 이후 1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뒷문 불안에 시달려왔다. 그동안 외국인 투수, FA 영입, 구위 좋은 신예 투수 기용 등 모든 해결방안을 내놓았었지만 오답이었다. 또한 신임 김기태 감독이 팀에 꾀한 첫 번째 변화가 리즈의 마무리 전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리즈의 성공을 발판으로 김 감독도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철벽 마무리 리즈가 곧 LG 도약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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