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선수들이지만 졸업 당시 지명받는 데는 실패하고 신고선수로 프로팀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이번 시범경기서 조금씩 제 잠재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손시헌, 김현수 등 신고선수로 재미를 본 두산 베어스가 또다른 히트상품감을 발견했다.
주인공은 스위치 거포 유망주 국해성(23)과 포수 최재훈(23). 이들은 지난 28일 넥센과의 시범경기에 각각 6번 타자 1루수, 7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해 팀의 영봉승을 이끈 동시에 상대의 시범경기 6연승을 저지했다. 국해성은 2루타 두 개와 볼넷 두 개로 100% 출루에 성공했으며 최재훈은 4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투수진의 영봉투를 도왔다. 최재훈은 지난 18일 사직 롯데전서도 선발 포수로 4-0 영봉승에 공헌했다.
사실 이들은 2007년 고교무대에서 지켜볼 만한 유망주로 꼽혔던 이들이다. 국해성은 인천고 시절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었던 바 있고 최재훈도 덕수고 주전 포수로 팀의 봉황대기 준우승을 이끌었던 실력파 포수였다. 그러나 최재훈은 포수로서는 다소 왜소한 체구로 저평가되었고 국해성도 팔꿈치 수술 전력으로 컵스 메디컬테스트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이들은 2007년 말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하며 계약금 없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먼저 2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국해성이었다. 국해성은 정식계약에 성공한 2009시즌 막판 부상을 입기는 했으나 3할대 중반의 타율과 6할대 장타율로 서동욱(LG) 외 국내에 전무하다시피 했던 스위치 거포 유망주로서 가능성을 비췄다. 그러나 유연성이 떨어져 좋은 수비를 펼치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 부상도 잦았다.
최재훈은 경찰청에서 기량이 급성장한 케이스. 정식계약은 2008년 6월 1일 성공하며 빠르게 정규 엔트리에 올랐으나 2년 간 2군 백업포수로 출장했던 최재훈은 경찰청에서 유승안 감독, 이경환 배터리코치 등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을 키웠다. 지난해 2군 북부리그서 최재훈은 79타점을 올리며 2군 타이틀홀더가 되었다. 포수로서도 최재훈은 좋은 싱커를 던지는 우규민(LG) 등의 바운드된 변화구를 잘 막아내는 실력파로 자라났다.
현재 시범경기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두산 선수단에서 국해성과 최재훈은 2루수 최주환, 내외야를 오가고 있는 허경민 등과 함께 팀이 발견한 '흙 속의 진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1군 선수들 중 유일하게 철저한 국내 잔류파였던 국해성은 6경기 4할1푼7리(12타수 5안타, 2루타 4개) 고감도 타격을 기록 중이다.
"처음 맛보는 1군 밥이 맛있는가"라고 묻자 "밥은 이천(두산 퓨처스 훈련장 베어스파크) 밥이 좀 더 맛있기는 한데"라며 웃은 국해성. 그러나 국해성은 입단 후 5년차 만에 밟는 1군 무대에 더욱 즐거워하며 "열심히 해서 앞으로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자주 나올 수 있는 타자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말로 각오를 불태웠다.
최재훈은 미-일 전지훈련에서 명 포수 출신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가 특별히 눈여겨 본 유망주다. 비록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 막판 경기조가 아니라 잔류군으로 중도 편성되기는 했으나 이제는 양의지-용덕한 1군 포수진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췄다는 점을 경기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야구 월드컵을 뛰면서 '관중이 많은 곳에서 뛰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알게 되었어요. 그만큼 이번에는 꼭 1군에서도 제 자리를 꿰차고 싶습니다. 의지 형이 경찰청을 제대하고 나서 첫 시즌 정말 대단한 활약을 펼치면서 신인왕이 되었잖아요. 저도 경찰청 출신인데다가 의지형이랑 딱 2년 차이고. 저도 의지형이 밟았던 길을 따라가고 싶어요".
신고 선수가 정식 선수로 성장해 1군 무대에서 성공한다면 이는 다른 유망주에게 커다란 동기 부여가 되는 동시에 기존 1군 선수들의 경쟁 심리를 촉발시킬 수 있다. 팬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신고선수 출신' 국해성과 최재훈이 올 시즌 만이 아닌 훗날 팀의 주력급으로 성장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국해성-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