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선동렬, '광(光)보다 쌍피'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4.11 11: 46

■야구계의 전설
 
▲그는 전설이다.

국보 투수, 0점대 평균자책점, 49.2이닝 연속 무실점….그렇다. 전설 맞다.
하지만 그는 이 외에도 온갖 것에 ‘최고’라는 칭호를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다.
술이면 술, 골프면 골프….인간성이면 인간성.
 
사실 많이 알려진 사람 중에 실제로 '인간이 참 괜찮네'라는 말 듣는 사람. 아주 드물다.
그런데 선동렬, 그런 말 듣는 사람이다.
야구판에 그런 사람 딱 세 명만 꼽으라면, 그 중에 반드시 들어간다. 물론 내 기준이다.
그리고 그에게 금메달을 걸어줘야 할 또 한가지 종목. 고스톱이다.
 
 
▲태양의 진짜 전설
 
야구계에 오래 전부터 아련히 전해지는 전설 하나가 있다.
'식스 고'. Six Go.
 
둘이 치는 요즘 인터넷 맞고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3명이 치는 고스톱이다. 바닥에 군용 담요 깔고 하는 정통~.
한 사람이 7장을 쥐고 치는 데 식스 고?.
첫 패부터 ‘고’가 들어갔다는 얘기다. 이게 이론적으로 가능이나 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가 자란 광주에서는 가능하다.
 
광주룰은 확 다르다. 쌍피, 쓰리피, 특피도 많다.
룰도 엄청 복잡하다. 그래서 타지역 사람들 광주 가서 치면 쌍코피 터진다.
(지역 갈등 조장하는 고스톱. 통일안 마련이 시급하다. 새로운 19대 국회에 이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광주에서는 쌍피, 특피 3장만 먹으면 3점이다. 그러니 첫 패에 ‘1고’가 가능하다.
태양이 그날 그랬단다.
특피 손에서 내려놓으면서 깔아놓은 상대편 쌍피들을 우르르 몰수.
자연히 3점 나고, 멋지게 '원 고'를 외쳤다. 그렇게 달렸다. 손에 있던 7장을 모두 털 때까지.
피박에, 광박에, 따따따따따따블.
 
이게 전설의 '식스고'다.
상대는? 물론 야구 관계자였다.
심각한 내상을 입고도 무림활동을 멈추지 않는다는….
▲태양의 큰 소리 “우리 광 많다”
얼마 전 태양이 예언했다. "우리 타이거즈 이번 시즌 팀 타율 1등할 것 같다"고.
이상하다. 이 사람.잘난 척, 쎈 척, 큰 소리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우리 1등할 것 같다"고 했으니 뭔가 있는거다.
뭘까.
이게 오늘의 질문이다.
팀 타율? 그거 태양에게는 광(光) 같은 거다. 비광, 솔광, 팔광 하는 광(光) 말이다.
화려하다. 번쩍번쩍 폼 난다. 그러나 실속은 '별로'다.
쉽게 3점이 날지는 모르지만 투고, 쓰리고가 없다. 결국 피에 밟히기 일쑤다.
광 좋아하는 사람? 미안하지만 하수다.
간혹 신임 감독들이 그런 말을 한다.
"화끈하고 멋진 공격 야구를 선보이겠다."
이 말 들으면 두 가지 중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팬들 위한 립서비스이거나, 아직 잘 몰라서 하는 말이거나.
▲챔피언을 만드는 것, 디펜스다
무림교본 1장 1절에 있는 말이다.
타력은 일교차, 연교차가 너무 심하다.
감독 입장에서는 도대체 계산이 안나온다.
게다가 지극히 개인적이다.
팀은 3연패, 4연패를 해도, 안타 3개 친 타자는 별로 아프지 않다.
(물론 그게 아닌 훌륭한 타자도 많다.)
기록으로 확인하자. 30년 동안 팀 타율 1위가 페넌트레이스 1위를 했던 적 13번이다.
그 중 6번은 그 팀이 팀 평균자책 1위였다.
그러니까 투수력은 별로였는데, 타력이 좋아서 1위한 적은 30번 중에 7번이다.
23.3%.
하지만 팀 평균자책 1위는 16번이나 ‘1등’을 외쳤다.
53.3%.
삶의 교훈을 얻는다. 많이 벌어봐야 소용 없다. 아끼고 안쓰는 집이 부자된다.
한 발 더 나가보자.
팀타율 1등했는데, 4강에도 못 든 거 3번이나 된다.
96년 롯데(5위), 01년 롯데 (헐! 8등했다), 07년 현대(6위).
그런데 평균자책 1위팀이 가을에 한가했던 적은 한번도 없다. 30년 동안.
“닥치고 공격? 야구에서는 그런 거 없다.”
▲태양의 구라. 짠~하다
이런 사실 너무나 잘 아는 태양이다.
그래서 "우리 팀타율 1위 할 것 같다"는 그의 멘트는 짠~하다.
그 말 뒤에는 이런 말이 있을거다.
"근데 우리 마운드, 답이 안나와 걱정이야."
지금쯤 그가 보는 지점은 하나일거다.
마운드다. 범위를 좁히면 불펜이다.
7,8,9회를 얼마나 버텨주냐. 요즘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불펜이 강한 팀이 결국에는 큰 소리 친다.
이른바 불펜 평균자책점.
작년 라이온즈 2.44, 와이번스가 2.78로 1,2위를 달렸다. 그리고 이게 최종 팀 순위였다.
타이거즈는 4.52로 7등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게 불펜인데 태양은 이점이 영 마뜩치 않다.
결국 ‘집단 마무리체제’라는 걸 택했다.
그것두 개막이 다 돼서야.
여러 명이 한다는 거, 똘똘한 하나가 없다는 뜻이다.
뭐 어쩔 수 없다. 4월 한달은 그렇게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태양은 고를 외치고 싶다
좋은 패를 들고 뒤가 잘 맞으면 누구나 3점은 난다.
여기서 판을 얼마나 크게 키워서 먹느냐.
그게  고수와 하수를 경계짓는다.
말했다시피 태양은 이미 손에 광을 들었다.
그러나 원고를 외치고, 투고 쓰리고를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이런 거다.
백종인 (칼럼니스트) sirutan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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