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원주, 이균재 인턴기자]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다니엘스의 임무가 더욱 막중한 듯하다.
원주 동부는 지난 28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 국민카드 남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서 KGC 인삼공사를 80-75로 꺾고 기선을 제압했다. 동부의 로드 벤슨은 26점 18리바운드로 KGC의 골밑을 초토화 시키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날 승부의 가장 큰 키워드는 리바운드였다. KGC는 박스아웃 자체가 잘 되지 않았던 반면 동부는 철저한 박스아웃으로 공격 리바운드에서 20-7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전체 리바운드도 42-20으로 2배 이상 많이 잡아냈다. 결국 리바운드 싸움에서 승부가 갈린 것.

KGC의 골밑을 책임져야 했던 크리스 다니엘스는 15점 9리바운드로 용병으로서는 평범한 모습을 보였고, 수비에서도 4블록을 기록하긴 했지만 매치업 상대였던 벤슨의 기를 완벽하게 살려주며 동부에 경기 흐름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 전날 이상범 KGC 감독이 "다니엘스는 전 용병 화이트와 비교했을 때 높이와 수비적인 면에서는 더 좋다. 제공권에서만 밀리지 않는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벤슨은 이날 전반에만 12점 11리바운드로 이미 '더블더블'을 달성했고 승부처였던 4쿼터서만 8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벤슨은 4쿼터 2분 30초께 리바운드 후 내리꽂는 한 손 팁인덩크로 KGC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니엘스의 박스아웃과 수비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동부의 이와 같은 골밑의 절대우위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KGC의 골밑을 공략할 비법을 알고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경기 전날 강 감독은 "몸싸움에서 좀 밀리는 것이 문제지만 모비스전서 테렌스 레더와 함지훈을 막으면서 해법을 찾았기 때문에 수비 로테이션이 잘 이루어진다면 골밑에서 위력을 반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며 "훈련을 통해 다니엘스를 수비하는 방법을 연습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강 감독은 28일에도 "다니엘스가 골밑에서 공을 잡았을 때 어떤 플레이를 펼쳐주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며 "다니엘스는 함정 수비에 잘 걸리게 할 수 있다. 도움 수비가 들어갔을 때 외곽으로 공을 빼주는 부분에 있어 신경을 쓰게 한다면 좋은 경기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비스전도 함지훈을 잘 막았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다"고 다니엘스의 봉쇄가 승리의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결국 이러한 강 감독의 정확한 분석과 철저한 준비가 완벽하게 들어맞은 것이다. 다니엘스는 동부의 로테이션 수비에 막혀 골밑을 장악하지 못했고 팀과 하나가 되지도 못했다. 이날 다니엘스의 어시스트가 1개에 불과했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다니엘스가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그것이 우리의 숙제고 다니엘스를 얼마나 활용을 잘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고 말했던 이상범 KGC 감독의 걱정 어린 말처럼 이제 챔프전 향방의 '열쇠'는 다니엘스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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