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각만 살았다?” 4년차 오디션, 실적은 ‘글쎄’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03.29 09: 25

국내에 오디션 바람이 분지 4년이 흘렀으나, 4년 동안 배출해낸 인재들의 실적은 그리 높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원조격인 엠넷 ‘슈퍼스타K'가 올해 시즌4를 맞는 가운데, 그 사이 MBC ‘위대한 도전’, KBS ‘탑밴드’, SBS ‘K팝스타’, tvN ‘코리안 갓 탤런트’, JTBC ‘메이드 인 유’, 엠넷 ‘보이스코리아’, tvN ‘슈퍼디바’ 등 장르만 달리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이들이 배출한 인재들은 연예 업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끼어서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에 놓여있는 상태다. 가요계에서는 ‘허각만 살았다’는 푸념도 들린다.
오디션이 배출한 인재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는 방송계와 가요계가 더욱 더 힘 모아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상황. 방송계가 배출한 인재를 가요계가 받지 않고, 가요계가 키운 오디션 스타를 다른 방송사가 받아주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오디션 스타 중 가장 ‘슈퍼스타’에 근접한 허각 조차도 MBC와 SBS의 메인 음악프로그램에는 출연하지 못했으며, ‘위대한 탄생’ 출연자들 역시 MBC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팬들을 다수 확보한 존박을 받아준 지상파 방송도 KBS 뿐이었다.
오디션 출신 가요관계자들 사이에는 KBS도 입장을 바꿀지 모른다는 소문이 공포담처럼 확산되기도 했는데, ‘슈퍼스타K3'의 톱10들이 본격적으로 데뷔하고, KBS 자체 프로그램인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이 시작되면 아무래도 타사 오디션 출신 가수들을 견제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오디션 출신 가수들이 오히려 배우로서 더 많은 대중과 만나는 아이러니도 빚어진다. 서인국은 KBS ‘사랑비’에서 코믹 연기로 눈길을 모으고 있으며, 김지수는 KBS ‘드림하이2’에 얼굴을 비췄다. 손진영도 MBC ‘빛과 그림자’에 출연 중이며, 강승윤은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매력을 발산했다.
가요계도 오디션 출신 스타들을 마냥 환영하고 있진 않다. 오디션에서 돋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성장 가능성일 뿐, 곧바로 ‘상품’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 보통 연습생과 똑같은 연습 기간을 버텨야 하는데,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이들이 소속사와 마찰을 겪는 경우도 있다.
오디션 참가자를 접촉한 한 가요관계자는 “아직 공식 데뷔도 하지 않았으나 주위 사람들의 눈을 많이 의식하고, 신경 쓰는 게 많았다. 어설픈 인기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오디션 참가자와 만난 한 관계자도 “오디션을 통과함으로써 이미 음악인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신인가수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해결의 조짐도 보이긴 한다. 방송사 문제는 대형기획사가 직접 나섬으로써, 향후 변화의 물꼬를 터주리라는 기대가 있다.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노지훈을 ‘제2의 비’로 데뷔시킬 계획을 갖고 있으며 YG엔터테인먼트에서는 강승윤이 보이그룹 멤버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 ‘K팝스타’ 출연자들도 대형 3사로 향할 예정이어서, 기존 출연자들보다는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방송사와 조율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전 출연자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규제’도 함께 풀릴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한 가요관계자는 “다른 방송사와 꾸준히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낙관적이진 않다. 대형기획사가 힘을 보탠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역시 씁쓸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슈퍼스타의 탄생에 지상파 방송이 '모두' 필요한 건 아니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3사 음악 방송이 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지상파 출연에 목 맬 이유는 없다는 것. 한 가요관계자는 "오디션 스타의 데뷔 성과는 기획의 문제지, 방송 횟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찌됐든 오디션은 계속 진행된다. ‘위대한 탄생’은 두 번째 우승자 선정을 앞두고 있고, ‘K팝스타’도 우승 윤곽이 드러났다. ‘보이스코리아’는 곧 생방송에 돌입하고 ‘슈퍼스타K4'는 예선을 시작했다. ‘슈퍼스타K4' 제작진은 “우리의 목표는 전국민적인 축제를 통해 슈퍼스타를 배출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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