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형한테 홈런 친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해 주세요".
최근까지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황재균(25)은 고민이 깊었다. 이유는 시범경기 들어 지독하게 맞지 않는 방망이 때문. 양승호 감독이 농담으로 "박찬호한테 홈런도 치고 했으니 4번 타자 시켜줄까"라는 농담을 건네도 울상을 짓는다.
황재균은 지난 21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짜릿한 손맛을 봤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에 빛나는 박찬호를 상대로 말이다. 그날은 박찬호의 한국 프로야구 공식 데뷔전이었다. 황재균은 4회 대타로 들어서 박찬호를 상대로 화끈한 투런포를 뽑아내며 제대로 신고식을 했다.

박찬호에 홈런을 뽑아낸 이후 황재균은 이상하게 방망이가 맞지 않았다. 무려 5일동안 안타를 단 하나도 치지 못했다. 그 기간동안 성적은 11타수 무안타. 때문에 시범경기 타율도 1할5푼8리(19타수 3안타)로 급락했다.
그랬던 황재균이 또 한명의 메이저리거를 만나고 회생했다. 황재균은 29일 사직 넥센 히어로즈전에 3루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가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BK' 김병현의 데뷔전이 예고됐었기 때문이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김병현은 6회 문성현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고, 한국에서의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모두들 '역시 메이저리거'라고 고개를 끄덕일만큼 공의 움직임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여기서 황재균이 또 다시 한국 타자를 대표해(?) 메이저리거 선배에 신고식을 자처하고 나섰다. 7회 선두타자로 나선 황재균은 김병현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끝에 좌익선상 총알같은 2루타를 터트렸다.
이후 김병현은 볼넷 하나와 사구 하나로 만루 위기를 맞았고,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고 마운드를 김상수에 넘겼다. 이미 황재균은 임무를 마치고 대주자 정훈과 교체된 상황.
결국 김상수가 전준우를 삼진으로 잡아내 결과적으로 김병현은 첫 등판에서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황재균도 최근 타격부진을 씻었으니 무승부라 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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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