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시트콤 ‘하이킥3-짧은 다리의 역습’이 29일 우리 곁을 떠났다.
파산으로 길거리에 주저앉았던 안내상 가족은 안정을 찾았고 사랑으로 힘들어하던 청춘들은 활짝 웃었다. 비록 열린 결말로 완전한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우려와 달리 비극적인 결말은 아니었다.
지난해 9월 19일 첫 방송된 이후 6개월간 113회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김병욱 PD의 ‘하이킥3’는 이렇게 안방극장에 진한 향기를 남기고 퇴장했다.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하이킥3’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김병욱이 찍으면 뜬다
비록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뚫고 하이킥’에 비해 높은 관심은 받지 못했지만 ‘하이킥3’는 여전히 스타 양성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단아한 이미지의 박하선은 애교를 장착하며 남자들의 로망으로 떠올랐다. 에프엑스 크리스탈과 샛별 김지원은 안정된 연기를 뽐내며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백진희는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표현하면서 자신의 세글자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으며 엠넷 ‘슈퍼스타K2’가 낳은 스타 강승윤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일정 부분 뗐다. 이종석은 정일우, 윤시윤에 이어 지고지순한 순애보로 인기를 얻었다.
#윤계상·서지석, 이런 남자들 없나?

‘하이킥’ 시리즈의 남자 주인공들은 로맨스 드라마에 비해 다소 ‘찌질’하지만,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멋있는 측면이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 최민용, ‘지붕뚫고 하이킥’의 최다니엘이 그랬다. ‘하이킥3’에서는 현실에 있을 법한 눈치 없는 남자 윤계상과 소심한 남자 서지석은 그렇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윤계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 다하는 일명 ‘계매너’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서지석은 어설프지만 여자라면 한번쯤 받아보고 싶은 애정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88만원 세대·중년 가장의 아픔 그렸다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마냥 웃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특징. 이번에도 김 PD는 88만원 세대인 백진희의 힘겨운 취업기를 그렸고 가장 안내상의 무거운 어깨를 표현했다. 백진희가 매번 취업에서 고배를 마실 때마다, 안내상이 가장으로서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할 때마다 시청자들도 함께 안타까워했다. 안내상이 아내 윤유선의 지지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것과 백진희가 원하던 광고 회사에 입사한 것은 ‘하이킥3’의 부제인 ‘짧은 다리의 역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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