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타격 코치에게 이승엽(36, 삼성)의 현재 컨디션을 묻자 "(9일) 캠프가 끝난 뒤 35%라고 했던데 지금은 70~80%는 만들어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전훈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서는 타율 9푼1리(11타수 1안타)에 불과했지만 지난 29일 현재 시범경기 타율 4할4푼4리(36타수 16안타) 2홈런 6타점 4득점으로 서서히 방망이를 예열하고 있다.
이승엽이 시범경기 2호 홈런을 터트린 29일 대구 KIA전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난 김 코치는 파워 포지션으로 가는 동작이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김 코치는 "앞으로도 파워 포지션 부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이승엽이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을때도 우려하지 않았다. 이승엽이니까. 김 코치는 "우려는 안 했다. 결과를 내고 있지 않나"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승엽 역시 "첫 경기에 비해 공보는 게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아직까지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페이스도 올라왔다. 좀 더 컨디션이 좋아진다면 타구가 좌중간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언젠가 이승엽은 기자에게 "한국(삼성)에 복귀한다면 라커룸의 진정한 리더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라커룸의 진정한 리더란 뛰어난 성적뿐만 아니라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포함된다. 9년 만에 파란 유니폼을 입은 그는 사자 군단의 든든한 기둥이 됐다.
경기 중 덕아웃에서 가장 열심히 응원하는 등 팀분위기를 이끈다. 후배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상승 분위기에 힘을 보탠다. 8개 구단 최고의 거포 듀오로 평가받는 이승엽과 최형우는 홈런 세리머니를 연구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저 사람만 좋은 선배는 아니다. 이승엽은 27일 대구 롯데전을 앞두고 선수단 미팅을 통해 "집중해서 하자"고 한 마디 던졌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5-2로 승리하며 5연패의 사슬을 싹뚝 잘랐다.
김 코치는 "내가 예전에 알던 이승엽의 모습이 아니다"면서 "후배들을 격려하는 모습 하나 하나가 큰 힘이 된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2003년. 이승엽의 나이는 만 27세에 불과했다. 실력 만큼은 최고였지만 양준혁, 마해영, 김한수 등 선배들이 즐비했다.
김 코치 역시 "그땐 선배들이 많았고 지금은 진갑용(38, 포수)과 함께 최고참 선수로서 제 몫을 잘 해주고 있다. 선수들도 잘 따르고 있다. 그런 부분이 정규 시즌 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시는 입지 못할 줄 알았던 파란 유니폼을 입고 정들었던 대구구장을 누비는 이승엽을 바라보는 김 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아주 즐겁게 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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