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두 감독 사로잡은 김태훈, 선발진 ‘성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3.30 15: 52

젊은 유망주가 호투를 펼치며 팀의 에이스로까지 성장한다면 팀에는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것도 왼손 투수라면 양 팔 벌려 환호할 만 하다. 이미 국내 최고급 좌완 에이스 김광현(24)을 보유한 SK 와이번스가 4년차 좌완 김태훈(22) 덕택에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인가.
김태훈은 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80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무실점 안정된 피칭을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시범경기이기는 했으나 데뷔 4년 만에 1군에서 거두는 첫 승이었다.
구리 인창고 시절 퍼펙트게임을 펼치는 등 에이스로 활약하며 SK 1차 지명의 주인공이 된 김태훈은 첫 해 팔꿈치 뼛조각 수술 등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군입대를 계획하기도 했으나 김성근 전 감독의 요청에 따라 팀에 잔류한 김태훈은 지난 2시즌 동안 1군에서 17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4.00만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만수 신임 감독도 김태훈의 가능성과 구위, 배우려는 마음씨를 높이 사며 선발진 후보로 격상시켰다. 김성근 감독이 김태훈의 가능성을 보고 잔류시켰다면 이만수 감독은 그를 1군 주축투수로 키울 수 있겠다는 판단 하에 그의 왼쪽 어깨를 주목했다.
30일 경기까지 포함한 김태훈의 시범경기 4차례 성적은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3.29가 되었다. 아직 시범경기인데다 경기 당 기록과 투구 내용이 들쑥날쑥하기는 했으나 30일 김태훈은 최고 145km의 직구를 과감히 던지고 움직임이 좋은 커브로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기교투를 펼쳤다.
이날 호투를 통해 김태훈은 선발 후보군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27일 한화전서 직구 위주 과감한 투수로 5이닝 무실점을 선보인 박정배나 29일 두산전서 이어던지며 4이닝 1실점 씩을 기록한 이영욱, 윤희상에 김태훈까지 페이스를 올린 것. 이는 이 감독과 SK에 행복한 고민이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김태훈이 조인성의 경험 많은 리드 속에 편하게 잘 던졌다"라며 배터리의 좋은 호흡과 김태훈의 호투를 동시에 칭찬했다. 김태훈도 "조인성 선배가 경기 전 '나를 후배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던져라'라는 주문을 하셨고 심리적으로 편하게 작용했다. 직구 볼 끝이 좋으니 변화구 제구가 최상이 아님에도 타자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라며 투구를 자평했다.
뒤이어 김태훈은 "선발 경쟁에 욕심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욕심을 버리는 것이 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무욕투'로 선발 보직을 얻겠다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에이스 김광현이 아직은 완벽하지 못해 복귀 시점을 결정짓기 힘든 현재. 그러나 그 와중에서 유망주가 떠오른다면 이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0일 김태훈의 호투는 정식감독으로서 첫 시즌을 기다리고 있는 이 감독의 미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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