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이대호, 선구안 빛났다…성공 가능성 UP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3.31 07: 09

일본 프로야구 성공의 열쇠는 선구안이다. 일본 야구 전문가들은 외국인 타자들의 성공 조건으로 높은 출루율을 꼽는다. 일본 투수들은 정면 승부보다 철저하게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간접 공략을 즐겨한다. 그렇기에 선구안을 갖추고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할 수 있어야만 일본 무대에서 타자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를 먼저 경험한 이승엽과 김태균 모두 일본 진출을 앞둔 이대호에게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을 경계하라고 일렀다. 지난해 12월 고양시에서 열린 '박찬호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이승엽은 "일본 투수들은 3볼 이후에도 연속으로 포크볼 세 개를 던져서 삼진을 잡아낸다. 그만큼 제구가 뛰어나고 변화구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이대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이승엽은 일본 투수들의 떨어지는 변화구, 특히 포크볼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함께 있던 김태균은 "난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그립을 보면 포크볼이라는 감이 오긴 했었다"면서도 "그래도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은 후보 선수라도 무섭다"고 거들었다.

이대호는 30일 일본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일본 투수들의 ‘핀 포인트’ 제구력을 경험했다.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원정 경기에 1루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대호는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오릭스의 득점은 1, 얻어낸 볼넷도 한 개였다. 이대호가 팀에 유일한 기록을 이룬 것이다. 
이대호가 일본 투수 제구력의 정수를 경험한건 4회 두 번째 타석이었다. 이날 소프트뱅크 선발은 셋쓰 다다시로 지난 시즌 177⅔이닝 14승 8패 150탈삼진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했으며 싱커가 위력적인 투수다. 지난해는 4선발이었지만 1,2,3선발의 이적으로 개막전에 출전하게 된 셋쓰는 작년 볼넷을 37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9이닝 당 2개가 채 안 되는 수치다.
2사에 주자를 2루에 놓고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0-2로 뒤지고 있었기에 적시타가 필요했고 투수는 어떻게든 큰 것을 맞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결과는 이대호의 판정승. 이대호는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1볼로 불리한 상황에 몰렸지만 침착하게 볼을 커트하고 또 골라냈다. 결국 이대호는 셋쓰로 하여금 공 8개를 던지게 하고 볼넷으로 1루에 출루했다. 비록 득점으로 이어지는 않았지만 이대호에겐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경험이었다.
이때 셋쓰의 공은 철저하게 이대호의 무릎 높이에서 왔다 갔다 했다. 큰 것을 맞지 않기 위해 셋쓰는 낮은 공만 던졌는데 세 개는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걸쳤고 나머지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뚝 떨어지는 변화구였다. 8개의 공 가운데 가운데로 들어온 공은 단 하나도 없었다.
공 3개로 이대호에 볼카운트 2-1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자 셋쓰는 연신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졌다. 4구는 떨어지는 슬라이더였고 5구는 바깥쪽 꽉 차는 스트라이크. 이대호는 4구를 골라내고 5구는 커트를 했다. 셋쓰가 6구에서 이대호를 삼진 처리하기 위해 낮은 커브를 던졌지만 이대호가 또 다시 커트를 해냈다. 결국 이대호는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떨어져 바운드되는 공 두 개를 더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이대호가 4회 끈질긴 승부를 펼친 건 6회 효과를 발휘했다. 낮은 공에 쉽게 방망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안 셋쓰는 1구 다시 몸 쪽 낮은 싱커를 던졌으나 이대호의 방망이는 나오지 않아 볼이 선언됐다. 2구는 몸쪽 낮은 스트라이크. 여기서 셋쓰는 바깥쪽 높은 138km 직구를 던졌으나 이대호는 가볍게 이를 받아쳐 투수 다리 옆을 지나가는 총알 같은 적시 타점을 올렸다. 말 그대로 해결사다운 면모였다.
9회 무사 2루 기회를 맞았던 마지막 타석에서 이대호는 소프트뱅크 마무리 브라이언 폴켄버그에 삼진을 당했다. 결과는 그랬지만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 폴켄버그는 최고 구속 155km의 묵직한 직구에 포크볼까지 갖춘 정상급 마무리투수. 이대호는 볼카운트 1볼부터 폴켄버그의 투구 6개를 연속으로 커트해 내며 선구안을 다시 한 번 뽐냈다. 비록 몸 쪽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시범경기 동안 일본 투수들의 공을 오래 지켜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이대호의 적은 성급한 마음이라 할 만하다. 그렇지만 데뷔전 이대호의 모습에선 초조함을 찾아볼 수는 없었고 대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의 여유와 선구안이 돋보였다. 이대호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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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돔(후쿠오카)=김영민 기자, ai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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