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충분히 쌓였다. 이제는 문제점을 찾고 보완해야 할 일이 남았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연습 및 시범경기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롯데·LG를 상대로 선발등판한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09,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2.18, 피안타율 4할2푼9리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승패가 큰 의미없는 3경기를 통해 데이터가 축적됐고 보완해야 할 점도 뚜렷해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 좌타자를 극복하라

박찬호는 3경기에서 우타자와 30차례, 좌타자와 27차례 맞대결을 벌였다. 우타자 상대로 30타수 11안타 피안타율이 3할6푼7리로 고전한 박찬호는 좌타자 상대로 24타수 11안타로 피안타율이 4할5푼으로 크게 치솟았다. 볼넷 3개도 모두 좌타자.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박찬호는 좌타자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17년 통산 우타자(0.221)보다 좌타자(0.271) 피안타율이 더 높았다. 올해 기존 8개 구단에 등록된 야수 327명 중 스위치히터 11명 포함 119명이 좌타자. 전체 36.4%의 비율을 차지하는 좌타자 극복은 박찬호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 투구수를 줄여라
3경기에서 1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박찬호는 총 221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당 투구수가 20.1개. 선발투수의 기본 한계 투구수가 100개라고 가정할 경우 5회를 겨우 채우는 수준이다. 한국 타자들은 박찬호의 공에 104차례나 스윙하며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스윙률 47.1%. 특히 파울이 46개 나왔는데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만 15개나 된다. 그러나 정작 헛스윙을 14차례밖에 끌어내지 못할 정도로 변화구 효과가 위력적이지 못했다. 1~2구 승부가 15차례에 불과한 반면 5구 이상 승부는 7차례 풀카운트 포함 26차례나 될 정도로 끈질겼다. 투구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타자들의 선구안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 홈런을 조심하라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시절 9이닝당 홈런이 평균 1.0개로 경기당 하나꼴로 맞았다.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땅볼-뜬공 비율은 1.18로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였다. 언제나 장타에 대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3차례 연습 및 시범경기에서도 박찬호는 땅볼 12개와 뜬공 11개로 땅볼-뜬공 비율이 1.09에 그치며 변함없이 땅볼 비율이 낮은 모습을 보였다. 청주 롯데전 황재균, 잠실 LG전 유강남에게 홈런을 맞으며 장타에 대한 위험성을 노출했다. 특히 LG전에서 잘 맞은 외야 타구 많았다. 높게 형성되고 있는 볼 로케이션을 낮춰야 한다.
▲ 구위를 찾아라
결국 볼 스피드와 구위 회복이 최대 관건이다. SK전 148km, 롯데전 146km, LG전 144km로 직구 최고 구속이 계속 떨어졌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속도를 떠나 상대 타자를 확실하게 압도하지 못했다. 박찬호가 3경기에서 던진 221개 공 중에서 직구는 99개로 전체 투구의 44.8%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보낸 마지막 해였던 2010년에도 박찬호는 직구 비율은 46.9%로 빅리그 진출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0% 미만 비율을 보였다. 직구 비율을 떠나 커터·투심 같은 변종 직구나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직구 구위가 어느 정도 살아나야 한다. 팔 각도에 변화를 주는 것도 타점과 높낮이를 활용한 구위 극대화가 주된 이유다.
waw@osen.co.kr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