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롯데에서 뛰었던 핵잠수함 임경완(37, SK 투수)은 31일부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원정 2연전을 앞두고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지난 30일 밤 임경완과 전화 통화가 닿았다. 그는 "설렌다"고 표현했다. 짧은 한 마디 속에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기분이 묘하다. 10여 년간 뛰었는데 이제는 원정팀 아니냐. 부산에 왔는데 원정 숙소를 쓰는 것도 낯설다. 사직 경기가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다".
롯데 팬들은 상대 투수가 주자를 묶기 위해 견제구를 던질 경우 큰 소리로 "마"를 외친다. 그동안 부산팬들의 든든한 응원을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올랐던 임경완은 "마운드에 서게 된다면 기분이 새로울 것 같다. 아마도 "마" 소리도 듣게 될 것이다".

그래도 10여 년간 뛰었던 그라운드이기에 낯설진 않다. 임경완은 "마운드에 오르면 그저 유니폼만 바꿔 입었을 뿐 똑같지 않을까. 내일(31일) 사직구장에 간다니까 설렌다. 양승호 감독님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그리고 구단 직원들에도 인사를 건넬 생각"이라고 했다.
홀드왕 출신 임경완은 시범경기에 7차례 마운드에 올라 1패 1세이브 1홀드를 마크했다. 1.1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만큼 빼어난 구위를 선보였다. 30일 문학 두산전서 2이닝 무실점(1피안타 1탈삼진) 쾌투를 뽐내며 3-1 승리를 지켰다.
하지만 임경완은 "실전처럼 던지지만 100% 만족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컨트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내가 던지고 싶은 코스대로 들어가진 않는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잘 될 것이라 믿는다. 정규 시즌 개막전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버 페이스는 금물. 임경완은 새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의욕만 앞선다면 무너질 수 있다고 여겼다. "욕심을 내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마음만 앞서면 다칠 수 있다. 욕심 안 내고 한 시즌 보내는게 목표다".
이만수 SK 감독은 "이제 임경완의 별명은 '작가'가 아니라 '베스트셀러'다"라고 공언하면서 기를 살려주고 있다. 부산에서 인천으로 옮긴 핵잠수함 임경완이 홀드왕의 영광을 재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상만 없다면 얼마든지 제 몫을 할 것"이라는게 임경완을 향한 한결같은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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