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30.오릭스 버펄로스)가 롯데와 작별을 고한 지 이제 4개월이 됐다. 지난해 11월 19일, 롯데와 이대호는 FA 마지막 협상 자리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12월 5일, 이대호는 오릭스와 2년간 총액 7억 엔(약 104억 원)에 계약하며 롯데와 공식적으로 이별했다.
팀의 심장이었던 이대호가 떠났지만 롯데 팬들은 아직 그를 잊지 않았다. 손꼽아 일본 프로야구 개막일만 기다리던 팬들 가운데 몇몇은 개막전이 열린 일본으로 향했다. 마침 오릭스의 개막 3연전 상대는 후쿠오카를 연고로 하는 소프트뱅크 호크스다. 후쿠오카는 부산과 직선거리가 170km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매우 가까운 항구도시. 고속 페리를 이용하면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세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소프트뱅크의 홈구장인 야후돔에서 만난 이상욱(35) 씨와 윤병섭(34) 씨는 이대호를 보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현해탄을 건넜다.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경기 전 관중석에서 토스배팅 훈련 중이던 이대호를 보자마자 반가움에 "어? 이대호다 이대호!"라고 외쳤고, 오랜만에 듣는 한국 팬의 목소리에 이대호도 눈 인사로 이들을 맞이했다.

직장 동료인 두 사람은 배편을 이용해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건너왔다. 평소 일본야구에 조금 관심은 있었지만 이대호의 오릭스 입단으로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는 두 사람은 "아직 오릭스 팬은 아니다. 이대호의 팬이고 롯데를 응원하기에 롯데 유니폼을 입고 왔다"고 입을 모았다.
토요일 하루 이대호를 보러 오기위해 이들은 적지않은 돈을 썼다.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가는 페리선의 왕복 요금은 20만 원을 조금 넘는다. 또한 야후돔의 중앙 지정석 좌석요금은 만 엔(약 14만 원)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이대호가 홈런 하나만 쳐 준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 일본에서도 꼭 잘해 줄것이라고 믿는다"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이대호를 보기 위해 야후돔을 찾은 사람들은 롯데 팬들만이 아니었다. 후쿠오카에 거주하는 한 일본인 노부부는 구단에 요청, 그라운드 출입 패스까지 받아서 오릭스 덕아웃에 입성했다.이 모든 번거로운 절차를 감내한 이유는 이대호와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대호의 팬"이라고 밝힌 노부인은 "매년 겨울 사이판에 부부동반 여행을 가는데 거기서 항상 롯데 캠프를 찾아 이대호를 만났다고 한다. 이어 "이대호를 보려고 대구에 있는 야구장도 갔었다"고 덧붙였다. 마침 일본에 진출한 이대호가 후쿠오카 원정을 온다는 소식을 접해 경기장을 찾았다. 이대호 역시 이들 부부를 반갑게 맞이하며 사진을 함께 찍었다.
넉넉한 미소 뒤에 숨겨진 무자비한 방망이, 그것이 이대호의 인기 비결이다. 팬들과 좋은 추억을 남긴 야후돔에서 이대호가 3연전 마지막날 시원한 홈런포를 쏘아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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