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한국 가요계의 영원한 디바 패티김. 그녀가 마릴린 먼로의 블론드 보다 더 밝게 빛나는 백발 머리를 수그리고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감동에 겨워서다. 도대체 누가 가요계 전설을 이렇게 울렸는가.
요즘 KBS 2TV 토요일 저녁 '불후의 명곡2'가 여럿 울리는 중이다. 출연 가수가 자기 감정에 겨워 눈물 흘릴 때 방청석 관객들은 감동 받아 울고, 덩달아 시청자들까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러더니 결국 늘 매사에 초연한 듯 밝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무대들 장악했던 '전설' 패티김 마저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훔치게 만들었다.
올해 은퇴를 선언하고 '이별' 콘서트를 준비중인 패티김은 이번 '불후2-패티킴 편' 2회를 걸쳐 시종일관 너무나 즐거운 모습으로 후배들을 대하며 아낌없는 칭찬과 조언을 던졌다. 알리의 풍부한 성량에 감탄했고 다비치 강민경에게는 '예쁘면서 노래까지 잘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샤이니 태민의 무대를 보고 나서는 "여자보다 더 예쁘면 난 어쩌라고" 앓는 척 우스갯 소리까지 던졌다.

그런 패티김을 울린 건 소냐였다. 소냐는 무대에 올라 “제 노래를 TV에서 듣지 못하고 볼수밖에 없는 그 분들을 위해 수화를 조금 배웠다. 미흡하나마 이번 무대에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조금'이라는 건 겸손이었다. 소냐는 패티김의 1959년 명곡 '사랑의 맹세를' 부르면서 수화 동작을 마치 물결처럼 흐르는 율동마냥 자연스럽게 곁들여 이날 '불후2'를 시청한 모든 이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사랑의 맹세’가 끝나는 순간, 관객들은 감동에 푹 빠졌고 출연 가수 전원도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전설 패티김은, 바로 앞서 강민경의 '이별' 무대에서 향수에 젖어 눈가를 붉혔던 패티김은 끝내 눈물을 쏟았다.
패티김은 “수화를 갑자기 배워서 했다는 노력이 아름다웠다. 54년 전 20살 때 미국인들 앞에서 오디션을 봤다. 갑자기 그때 감정이 떠올랐다. 벌써 내가 54년을 노래했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게 됐다”고 했다. '불후2'의 전설이 이렇게 펑펑 운 건 아마 처음이었을 게다.
'불후2'의 감동 코드는 출연 가수들이 객석에 초대된 전설들을 진정 존경하는 마음으로 우러러 대하며 이들의 옛시절 히트곡을 저마다 정성을 다한 편곡으로 새롭게 부르는데서 시작된다.
때로 그시절 명곡을 지나치게 바꿔 불러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50, 60년대 노래를 전설이 불렀던 식으로 그대로 열창하는 건 무슨 의미일까. 오히려 전설이 활동하던 시절 한참 뒤에 태어난 출연 가수들이 이 시대의 기운을 담아 개성있게 편곡한 곡들에서 '불후 2'의 두 번째 매력 포인트가 만들어진다. 관객들이 편하게 '불후2' 무대를 즐길수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7080 가요무대'가 386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인기가요'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등 요즘 가요프로들이 10대들의 전유물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불후2'는 세대간의 끊어진 다리를 노래로 연결하는 유일무이의 TV 음악프로인 셈이다.
청중평가단의 심사에 따른 출연가수 점수 대결은 또다른 재미다. 그러나 누가 붙으면 누가 떨어져야하는 식의 다른 가요 예능프로들마냥 가혹한 방식이 아니라는 게 또 '불후2'의 훌륭한 점이다. 경쟁은 둘씩 맞대결로 진행되며 청중들의 심사는 승자의 점수만 공개되는 식으로 바로 나온다. 시청자도 감질나게 계속 기다려야되는 불편을 느끼지 않아 좋고, 출연 가수 입장에서는 언제 누구에게건 이기고 질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부담이 줄어든다.
이날 패티김 특집에는 그의 54년 음악 인생 마무리를 앞두고 임태경, 김태우, 케이윌, 브라운아이들소울 성훈, 린, 소냐, 다비치 강민경, 먼데이키즈 이진성, 알리, 박재범, 샤이니 태민, 존박, 에일리 등 13명의 후배 가수들이 함께 했다. 그리고 패티김에게 가장 큰 선물을 안겼다. 감동의 눈물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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