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이광수, 왜 우리는 어리바리에 꽂혔나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4.01 10: 27

일요일 저녁 인기 리얼 버라이어티 '1박2일'과 '런닝맨'에서 각기 '어리바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종민과 이광수, 요즘 둘의 인기세가 심상치 않다. 두 사람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모자람'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하지만 공통된 것은 두 사람이 모두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희대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악하고 약삭빠르기보다 어리바리하고 모자라기가 더 어려운 세상이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김종민은 요즘 '김선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입 멤버 김승우와 차태현, 성시경, 주원을 향해 '예능을 잘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못 웃긴다'고 무시 받던 구박덩이가 아이러니하게도 예능에 대해 떠드는 셈이다. 하지만 이 지점은 묘하게도 웃음을 준다. '감히' 예능을 가르친다고 욕먹는 게 아니라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그이기 때문에 가르칠 만도 하다는 반응들. 가르침조차 어설프고 엉뚱하지만 그리하여 웃음이 터지고 공감이 간다.
여전히 말 더듬기가 특기고 백치의 기운을 떨쳐내지 못하는 김종민이지만 시청자들은 그를 다정하게 바라본다. '왜 이렇게 바보같냐'며 면박을 주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김종민의 어눌한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명색이 가수면서도 개그맨 이수근에 못지않게 망가짐을 불사하며 옷을 훌렁 벗어젖히고 알몸을 드러내는 그 무모한(?) 예능감이 그를 밉상 아닌 호감 캐릭터로 자리 잡게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 이가 바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이광수다.  
이광수 역시 유재석 개리 하하 송지효 김종국 등 약삭빠르고 재기 넘치는 멤버들 사이에서 늘 느리고 어설프고 모자란 활약(?)으로 웃음 폭탄을 던진다. 외모 어딘가 기린을 닮은 탓에 별명도 기린이 됐지만 스스로 이를 즐기는 모습. '능력자' 김종국 앞에서 벌벌 떨면서도 그를 따라다니며 한결 같은 충성심도 보여준다.
레이스가 시작되면 늘 스파이에게 가장 먼저 포획되는 불쌍한(?) 캐릭터. 영문도 모른 채 질질 끌려 나가는 그의 모습은 어딘지 동정심을 유발하면서도 웃음보를 자극한다. 항상 쉽게 당하고 속는 어리바리 이광수에 시청자들은 고운 눈길을 보낸다. 녹화 중 만난 어린이들로부터 반말로 놀림을 당해도 항상 웃으며 다정하게 대해주는 착한 심성도 점수를 땄다.  
두 사람은 자칫 우둔해보이거나 답답하단 평가를 듣기 십상이지만 오히려 이를 역으로 이용해 호감 캐릭터로 거듭났다.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이들이 없는 '1박2일'이나 '런닝맨'을 상상하기 힘든 것은 막강한 존재감 때문이다. 재주 많고 눈치 100단인 멤버들 사이에서 약간은 느린 걸음으로 착한 길을 걷는 김종민과 이광수, 이들이 있어 주말 저녁은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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