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선데이'가 결국 파업 직격탄을 맞았다. KBS 예능국 차원에서 파업과는 상관없는 스페셜 형태의 정상 방송이라는 애매모호한 설명을 내놨지만 뚜껑을 열어본 1일 방송분은 결과적으로 땜빵용 재탕에 지나지 않았다.
1일 방송된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은 ''남자 그리고 식스팩' 미션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꾸며졌다. 문제는 지난 3월 18일 이미 방송이 끝난 미션의 재탕이라는 점. '하이라이트'라는 허울 좋은 타이틀이 붙었지만 결국 이미 다 보여준 '남자 그리고 식스팩' 미션의 전 과정을 압축해 모아놓은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 이날 방송분에는 멤버들이 식스팩 미션을 부여받고 당혹스러워하던 모습부터 몸 상태를 체크하고 운동에 돌입하던 얘기, 중간점검을 받던 날 등 약 2달에 걸쳐 나뉘어 전파를 탔던 내용들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연이어 방송된 '1박2일' 역시 마찬가지. 후반부를 중심으로 미공개 영상이 종종 등장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 3월 18일과 25일에 걸쳐 전파를 탔던 '강원도 정선' 1, 2탄의 요약본에 머물러 원성을 샀다. 방송분의 대부분이 이미 지난 2주에 걸쳐 방송됐던 내용들. 미공개 영상이나 스페셜이라는 사전 정보와는 달리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었다.
KBS 예능국 관계자와 홍보실 측의 사전 설명에 따르면 이날 '남격'이 하이라이트를 편성한 것이나 '1박2일'이 강원도 정선 여행 3탄을 편성한 것은 파업과는 무관하다. '남격'의 경우 해당 미션에 대한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은 스페셜일 뿐이며 '1박2일'의 경우 단순한 3탄 의미라는 것.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본 '남격'과 '1박2일'은 땜빵 편성이라는 의혹을 사기 충분했다.
방송 중간 시청자 게시판과 SNS 등에는 "스페셜이라더니 그냥 재방일 뿐", "만우절이라고 장난하나. 이게 정상 방송이란 말입니까", "몇 달 전에 본 걸 또 봐야 하네. 채널 돌아간다" 등 원성 자자한 의견들이 속속 올라왔다.
이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심각한 결방 사태를 막기 위한 꼼수 편성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1박2일'이나 '남격'이나 사전 녹화분을 어느 정도 확보해둔 상황. 당장 대체 인력으로 편집해 내보내도 되는 문제다. 그러나 향후 파업이 비정상적으로 장기화된다면 추가 녹화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확보해 놓은 분량을 최대한 아껴두려는 심산이 아니냐는 날카로운 분석들.
한편 KBS는 지난 달 초 시작된 노조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자의 자격' 조성숙 PD를 비롯해 '1박2일' 최재형 PD, '승승장구' 박지영 PD 등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연출자들 역시 지난 3월 29일부터 파업에 본격 동참, 연출 등 제작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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