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한국에서는 경기하기 전에 저렇게 열심히 훈련을 합니까?"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오릭스 버펄로스의 개막 3연전 마지막 날인 1일 후쿠오카 야후돔. 경기 전 이대호는 수비 훈련에서 연신 큰 기합소리를 내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침 팀은 앞선 2연전에서 모두 져 약간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상황. 팀 분위기를 어떻게든 끌어올리려는 듯 이대호는 먼저 나서서 파이팅 넘치는 구호를 외치면서 타구에 몸을 날렸다.
수비 코치가 올려주는 펑고를 향하는 이대호의 입에선 "으쌰", "으럅", "마이볼" 등 다양한 말이 나왔고, 그때마다 야후돔은 그의 기합소리로 가득찼다. 그러한 이대호를 바라보며 팀 동료들은 굳은 얼굴을 펴고 미소를 지었다. 이대호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일본 기자는 "원래 한국에선 경기 전 저렇게 열심히 훈련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대호가 특별히 더 그런 것인가"라고 물어오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대호의 팀 분위기 띄우기는 배팅 케이지에서 계속됐다. 프리배팅에서 날카로운 타구를 연신 날리던 이대호는 마지막 공 하나가 빗맞아 배팅 케이지 윗쪽 그물에 걸리자 방망이로 장난스럽게 공을 찔러댔고, 그 모습을 덕아웃에서 지켜보던 오릭스 코치들까지 미소를 지었다.
'훈련은 집중력있게, 그러나 즐겁게'라는 이대호의 원칙을 다시한 번 엿볼 수 있는 훈련 장면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즐겁게 훈련을 해야만 능률이 최대화되는 건 당연한 일. 오릭스 나카무라 준 외국인 영입과장은 "이대호가 캠프 때부터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미 많은 선수들과 친해졌다. 유연한 몸과 출중한 타격 능력보다 오히려 외국인선수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저런 친화력"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릭스 모리와키 히로시 수비코치는 "이대호의 쾌활함 뒤에는 야구에 대한 진지함과 열의가 보인다"고 콕 집어 말했다. 또한 나카무라 과장은 "이대호가 야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마치 고시엔(갑자원) 경기에 출전한 고교선수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까지 평가했다. 원래 한신 타이거스의 홈 구장 명칭인 고시엔은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의 또 다른 이름으로 유명하다. 일본 야구의 뿌리이자 토양과도 같은 대회가 바로 고시엔이다.
일본 학생야구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이 바로 열정과 땀이다. 나카무라 과장은 "일본에서는 '곤조'(근성)가 학생야구에서 가장 중시된다. 그것이 야구의 기본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면서 "항상 그라운드에서는 밝은 모습의 이대호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야구에 대한 근성을 항상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릭스는 1일 경기에서도 빈타에 허덕이며 결국 개막 3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대호는 팀 패배에 조금은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훈련 시 기합을 넣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이대호는 당연하다는 듯 "경기장에서 밝게 하는게 좋은 것 아닌가. 그래야 모두 힘이 난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팀원들이) 좋아 하더라"고 힘줘 말했다.
3연전동안 지켜본 이대호는 돈을 받고 뛰러 왔다는 의미가 강한 '용병 선수'도 아니었고 팀에 융화되지 못한 '외국인 선수'도 아니었다. 벌써부터 팀원들과 하나가 된 '오릭스 선수'였다. 언젠가는 분명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이대호의 파이팅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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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돔(후쿠오카)=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