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목동, 김희선 인턴기자] 오랜만에 타보는 빙판이라고 했다. 성시백(25, 용인시청)의 표정은 후련하고 또 섭섭해보였다.
지난 1일 서울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KB금융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 겸 2012-2013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최종일 경기와 함께 전 국가대표 성시백과 이승재(30)의 은퇴식이 열렸다. 빙판을 떠나는 두 스타를 마중하기 위해 많은 쇼트트랙팬이 자리를 지켰다.
전광판에 팬이 제작한 영상이 흘러나왔고, 공로패를 받고 빙판을 한 바퀴 돌았다. 오랜만에 지치는 날이 어색하기보다 그리웠던지 경기 후 만난 성시백은 "섭섭함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은퇴를 결정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전한 성시백은 "막상 (은퇴식을)하니까 많이 섭섭하고, 오랜만에 스케이트를 탔는데 더 타고 싶었다"며 말문을 흐렸다. 스케이트가 좋아서 시작했던 운동이고 쇼트트랙이었다. 운동 자체에 남은 미련은 없지만 빙판이 그립지 않을리는 없었다.
성시백이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세 가지였다. 부상, 나이, 그리고 학업에 대한 꿈. 많은 이들이 너무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심한 것이 아니냐고 안타까워했지만 성시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쇼트트랙 선수치고는 젊은 나이라고 하기 어렵다. 발목 부상으로 한동안 재활하고 쉬면서 다른 길을 생각해봤는데 미래를 위해 학업에 전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성시백은 "그래도 올림픽은 한 번 더 나가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가장 아쉬웠던 순간도 올림픽을 꼽은 성시백이다. 하지만 최선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었던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성시백은 미련 없이 은퇴를 선언했다.
"쇼트트랙이라는 종목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다. 위험 부담도 많고, 모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소치 동계올림픽에 도전한다면 (밴쿠버 올림픽때처럼)할 수는 있겠지만 더 잘 할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라는 이름을 버리고 스포츠 심리학 석사, 그리고 박사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려는 성시백은 지도자의 길도 고려하고 있다. 빙판이 너무 좋아 쇼트트랙을 선택했던 성시백은 그렇게 떠나는 순간까지도 빙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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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와 함께 트랙을 도는 성시백(아래 오른쪽) / 목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