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선수의 딜레마인가.
김응룡 삼성 고문은 해태와 삼성의 지휘봉을 22년동안 잡으며 장수했다. 그가 선수단 운영에서 제 1의 원칙으로 삼은 것은 세대교체였다. 그의 22년 재임기간을 살펴보면 숱한 베테랑들이 옷을 벗었다. 물론 옷을 벗는 과정에서 순순히 받아들이 선수들은 없었다.
이상윤은 은퇴 당시 나이는 28살이었다. 김종모는 33살, 김봉연은 37살이었다. 방수원도 29살때 옷을 벗었다. 단순히 옷만 벗기지는 않았다. 트레이드로 다른 팀으로 보냈고 새로운 선수를 데려왔다. 김일권은 31살때 태평양으로 트레이드 시켰다. 이유는 자극과 세대교체였다. 그때는 지금보다는 은퇴시기가 빨랐다.

그는 끊임없이 자극과 경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단은 유기체이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지 못하면 정체되고 아픈 곳이 나온다. 김응룡 감독의 이같은 세대 교체론은 재임 22년동안 관통했던 철학이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을 계속 발탁해 쓰면 고참선수들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밀려나면 옷을 벗는다. 이렇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세대교체를 한다. 아까운 노장들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젊은 피를 돌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응룡 감독을 직접 지켜본 선동렬 감독도 비슷했다. 그는 삼성 시절 김한수와 양준혁 등 간판 베테랑 스타를 은퇴시켰고 박진만을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했다. 젊은 선수들을 발탁해 무한 기회를 주었고 세대교체로 이어졌다. 이것을 본 김응룡 고문은 "양준혁의 트레이드와 박진만의 방출은 결과적으로 삼성이 2011년 우승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 평가했다.
선 감독은 이런 차원에서 이종범을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노장선수 한 명이 자리를 비운다면 젊은 선수 2명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 위해 경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팀의 전력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지론에 프랜차이즈 스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종범은 데뷔 20년째를 맞아 스프링캠프에서 최선을 다했다. 선감독은 오키나와 실전, 시범경기에서 이종범을 기용하면서 테스트를 했고 엔트리에 들어갈 실력이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순철 수석코치가 엔트리 제외 방침을 전달했고 1군과 움직이면서 후배들을 도와달라는 플레잉 코치를 제의했다. 이종범은 제의를 거부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선동렬 감독은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냉정하게 이종범을 은퇴시켜야 팀의 세대교체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종범이 서운하게 여기는 것은 시점이었다. 차라리 작년 시즌을 마쳤을때 그만두게 하는 것이 나았다고 밝혔다. 서운할 수 밖에 없는 이종범과 미래를 위해 강수를 던진 SUN. 이것이 선수와 감독의 영원한 딜레마일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