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재방 꼼수, 시청자 '안본다' 응징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4.02 09: 40

KBS 2TV '해피선데이'가 결국 파업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시청률이 급락하며 예능 선두를 내줬다. MBC '무한도전'이 파업으로 인한 결방 수 주 후까지 재방송을 내보내면서도 일정 시청률을 유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오랫동안 두터운 고정팬을 유지했던 '무한도전'에 비해 새로운 '1박2일'은 막 걸음마 단계에서 시청자 호응을 얻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제작진의 집단 파업 이탈은 자만감이 지나쳤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는 '남자 그리고 식스팩' 미션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모은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과 '강원도 정선 스페셜'로 꾸린 '1박2일'로 채워졌다.
KBS 예능국 관계자와 홍보실 측의 사전 설명에 따르면 이날 '남격'이 하이라이트를 편성한 것이나 '1박2일'이 강원도 정선 여행 스페셜을 편성한 것은 파업과는 무관하다. '남격'의 경우 해당 미션에 대한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은 스페셜일 뿐이며 '1박2일'의 경우 단순한 3탄 의미라는 것.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본 '남격'과 '1박2일'은 땜빵 편성이라는 의혹을 사기 충분했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정상 방송을 가장한 재탕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MBC '무한도전'이 9주째 결방을 하면서 대신 내놓고 있는 스페셜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 결국 재방송 수준이라는 얘기다.
또한 일부 시청자들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심각한 결방 사태를 막기 위한 꼼수 편성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1박2일'이나 '남격'이나 사전 녹화분을 어느 정도 확보해둔 상황. 당장 대체 인력으로 편집해 내보내도 되는 문제다. 그러나 향후 파업이 비정상적으로 장기화된다면 추가 녹화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확보해 놓은 분량을 최대한 아껴두려는 심산이 아니냐는 날카로운 분석들.
결국 시청률은 대폭 하락했다. '해피선데이' 1일 방송분의 시청률은 12.0%(전국, AGB닐슨 기준). 지난 주보다 무려 6.6%포인트나 떨어졌다. 1부격인 '남격'이 불과 2주 전에 내보낸 '남자 그리고 식스팩' 미션을 완벽 재탕하면서 이미 초반부터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들이 생겨났다. 뒤이어 방송된 '1박2일' 역시 다소 미공개 장면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앞서 2주에 걸쳐 방송한 '강원도 정선' 1, 2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재탕 수준. 결국 시청자들의 배신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1박2일'이 새 단장을 한지 1달 만에 이러한 파업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현실이다. 일단 '1박2일' 측은 사전 녹화 분량을 하나 확보해둔 상태이지만 이조차 제대로 방송될지는 미지수다. 또 당장 다음 2주를 정상 방송으로 끌어간다고 해도 만일 파업이 이 상태로 장기화된다면 이후 녹화나 방송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위기 상황.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표심을 잃어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격' 역시 마찬가지. 사전 녹화분량을 갖고 있지만 이를 순차적으로 매끄럽게 내보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실상 1부 격인 '남격'이 정상 방송되어야 뒤를 잇는 '1박2일'의 시청률까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남격'의 방송 퀄리티(질)은 '해피선데이' 전체의 시청률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KBS는 파업 여파로 인한 인력 누수나 제작 차질 등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메인 연출자들이 빠진 상황에서 과연 어디까지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KBS는 지난 달 초 시작된 노조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자의 자격' 조성숙 PD를 비롯해 '1박2일' 최재형 PD, '승승장구' 박지영 PD 등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연출자들 역시 지난 3월 29일부터 파업에 본격 동참, 연출 등 제작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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