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가는 대호…김무관의 처방전, '기다려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4.03 06: 13

"큰 것 치려고 욕심내다 보니 땅볼이 나오네요".
2일 후쿠오카 공항. 일본 프로야구 이동일인 이날 이대호(30.오릭스 버펄로스)는 팀 동료들과 함께 다음 3연전이 벌어질 삿포로로 건너가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막 3연전에서 11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후쿠오카를 떠나게 된 이대호. 언제쯤 큰 것을 볼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는 "큰 타구는 치려고 하면 더 안 나온다"면서 "개막 3연전때도 큰 것 노리면서 스윙이 커졌다. 그랬더니 오히려 땅볼이 더 많이 나왔다"고 푸념했다.
1일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대호는 "공이 좀 떠야 한다"는 말로 땅볼이 많이 나오고 있는 지금 상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 공식전에서 이대호는 12번 타석에 들어섰고 그 가운데 6차례나 땅볼로 아웃을 당했다.

이는 일본 투수들이 이대호를 상대로 철저하게 낮은 승부를 하기 때문이다. 볼이 되는 낮은 유인구를 억지로 건드리다 보면 공이 배트 아래쪽에 맞고, 자연히 땅볼이 많이 나오게 된다. 롯데에서 이대호를 오랜 기간동안 지도했던 LG 김무관(57) 타격코치는 이를 두고 대번에 "땅볼이 많이 나오는 것 자체가 안 좋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대호는 한국에서 뛸 당시 김 코치를 두고 수 차례 "아버지와 같은 분"이라고 할 정도로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최근에도 이대호는 김 코치에게 따로 연락을 해 타격에 관한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김 코치는 "땅볼이 나온다는 건 배트 헤드에 맞거나 쳐서는 안되는 볼을 쳤다는 것"이라며 "역시 선구안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기본적으로 이대호는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말 그대로 '볼은 버리고 스트라이크만 치는' 타격이 가능하다. 김 코치는 그런 이대호를 두고 "본능적으로 이 공을 치면 '좋다, 안 좋다'라고 감지가 가능한 타자"라면서 "근데 이대호가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는 공격적으로 배트가 나온다"고 염려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연쇄반응이 일어나며 타격 슬럼프가 올 수 있다. 김 코치는 "성급해 지는 게 문제다. 그러면 선구안이 무너진다. 일본 투수들은 제구력이 한국 선수보다 더욱 좋기에 슬럼프가 장기화 될 수 있다"고까지 했다.
김 코치가 이대호에 내린 처방전은 바로 '기다려라'라는 것이다. "일본 선수들은 집요할 정도로 몸 쪽 공을 던질 것이다. 그걸 반드시 참아야 한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이 되는 몸 쪽 공을 던지는데 이걸 건드리면 지금과 같은 땅볼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김 코치는 "이걸 인내심을 갖고 참아야 한다.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기 시작하면 거기서부터 상대방의 의도에 끌려가는 것"이라 말했다.
끝으로 김 코치는 이대호에 "초반 적응이 굉장히 중요하다. 시즌은 6개월인데 적응 여부에 따라 활약 여부가 갈릴 것"이라며 "(초반을 잘 넘긴다면) 타율 3할에 홈런은 20개 가량, 그리고 팀 내 최다 타점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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