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넥센 히어로즈가 외국인타자 코리 알드리지와 재계약을 포기했을 때 외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4번타자로서 기대에 못미친 강정호 외에 믿을만한 거포가 적었던 넥센에서 전체 홈런 3위(20개)의 장거리 타자는 낮은 타율(.237)을 차치하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시범경기 11경기를 치른 넥센에 더이상 거포 부재를 우려하는 사람은 없다. 넥센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11개의 팀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부문 1위에 올랐다. 2위 한화(8개)에 비해 3개가 많았고 1경기 당 1개꼴로 대포쇼를 펼쳤다. 장타율도 3할8푼9리로 3위를 차지했다.

'거포 유격수'로 성장한 강정호는 3경기 연속 홈런 행진을 벌이며 3개의 홈런으로 시범경기 최다 홈런을 기록했고 박병호와 송지만이 나란히 2개씩 때려 공동 2위에 올랐다. 이택근, 지석훈, 오재일, 조중근도 한 개씩의 홈런을 신고하며 타격감을 다듬었다.
무엇보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자들이 한 방씩을 보여줬다는 것이 의미깊다. 알드리지 대신 토종 거포들로만 중심타선을 채웠지만 이름값으로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돌아온 이택근과 잠재력을 폭발시킨 박병호, 둘 덕분에 부담을 던 강정호가 버티고 있다.

중심타자 뿐 아니다. 김시진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내내 성장했다고 칭찬했던 오재일, 조중근, 지석훈이 홈런을 신고하며 코치진 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좌타자 오재일, 조중근은 몇 년째 팬들의 속을 태우던 기대주였다. 이들이 살아나면서 우타자 중심의 타선이 중심을 잡게 됐다.
지석훈은 지난 24일 문학 SK전에서 역전 스리런의 주인공으로 이름값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넥센에 몸담았던 이광근 SK 수석코치는 홈런 다음날 "원래 한 방이 있었던 친구"라며 자신의 일처럼 뿌듯해했다. 지석훈은 그동안 감춰진 한 방 대신 유틸리티 내야수로만 기억됐다. 그랬던 그가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늘 푸른' 송지만이 무력 시위로 팀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넥센 힘의 원천을 보여준다. 후배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몸매가 멋진 선수로 꼽히는 그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주전과 백업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24일 문학 SK전에서 보여준 강정호와의 백투백 홈런이 인상깊다.
그러나 이들 중 제대로 풀타임을 뛰어본 선수는 강정호, 이택근, 송지만 등에 불과하다. 한 방 만으로 모두가 주전으로 자리잡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넥센 타선이 많이 성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경험을 쌓아가며 실전에서도 기죽지 않고 제 스윙을 보여준다면 그동안 잘 커준 마운드에 비해 부족하다 느껴졌던 넥센의 방망이가 올해만은 든든할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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