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불펜이 약한 선발진을 받쳐줄 수 있을까.
올 시즌 LG 마운드의 중심은 불펜진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불펜은 LG의 고질병이었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뒷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리그 최고의 강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를 마무리로 전향시켰고 빠른 재활로 그라운드에 돌아온 봉중근이 불펜진에 합류했다. 순식간에 에이스급 투수 두 명이 좌·우 특급 불펜을 형성하게 됐다.
2007시즌 30세이브를 올렸던 우규민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고 41세 노장 류택현은 시범경기에서 홀드왕 시절을 연상케 하는 제구력을 뽐내며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2.27을 올리며 잠재력을 뽐낸 한희가 개막전에 맞춰 페이스를 찾고 있고 2년 연속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해냈던 이상열도 건재하다. 이동현과 유원상등 힘을 지닌 우완투수들도 있다.

양과 질 모두에서 풍부한 불펜진을 갖추게 된 만큼, 올 시즌 LG는 불펜진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불펜진이 상대적으로 허약한 선발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LG의 개막 선발 로테이션은 주키치-임찬규-임정우-김광삼-정재복으로 짜여져 있고 이대진도 때에 따라 6선발을 맡는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이미 짜놓은 선발진을 유지하되 경기 중 선발투수가 불안하거나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면 굳이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가지 않을 것이다”며 올 시즌 서둘러 불펜진을 가동할 뜻을 전했다.
LG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선발투수가 적은 것과 더불어 120이닝 이상을 소화해줄 이닝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 1선발 주키치 외에는 지난 시즌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투수가 전무하다. 임찬규와 임정우는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경험을 쌓게 되며 정재복과 이대진에게는 예전의 스태미너를 기대하기 힘들다. 불펜진에 좌투수가 많고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도 많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불펜에 4, 5이닝을 맡길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올 시즌 LG의 투수 운용 전략은 SK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차 코치는 선발과 불펜의 보직이동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강조했다. 차 코치는 “현재 불펜투수 중 선발투수로도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일단은 지금 정한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며 “선발투수가 부진할 경우 선발진 경쟁에서 탈락한 선수들을 선발로테이션에 합류시키려 한다. 즉 신재웅과 이승우는 2군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군 선발진을 백업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저 역발상에 그칠 수도 있다. 아무리 불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해도 경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선발투수다. 그러나 LG는 예상치 못했던 초유의 사태로 선발투수 2명이 퇴출되는 악재를 맞았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올 시즌 LG가 선발보다 강한 불펜으로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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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규민-유택현-김기표-봉중근-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