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맨' 문성민, 현대캐피탈을 패닉서 구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4.03 07: 04

[OSEN=천안, 김희선 인턴기자] "플레이오프 승리의 열쇠는 바로 나!".
지난 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NH농협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홈팀 현대캐피탈이 세트스코어 3-0(25-21, 25-20, 25-23)으로 대한항공을 완파하고 1승 1패를 만들었다.
1차전에서 두 세트를 선취하고도 남은 세트를 내리 뺏기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던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충격이 컸다. 생각할 수록 어이 없는 패배였다. 선수들은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잘 싸우고 졌다는 아쉬움이 투혼으로 되살아난 현대캐피탈은 2차전에서 대한항공을 거세게 몰아붙여 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골반 근육통을 호소했던 외국인 선수 달라스 수니아스의 몫까지 해내겠다는 듯 펑펑 터진 문성민이 이날 승리의 주인공이었다.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고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은 대한항공전 키플레이어로 문성민을 지목했다. "문성민의 역할이 어느 때부터 중요해졌다. 내실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대한항공전 승리의 열쇠는 문성민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던 하 감독의 의지가 전해진 것일까. 이날 문성민의 활약은 눈부셨다.
양 팀 합쳐 최다인 19득점을 기록한 문성민은 후위 공격 4점, 블로킹 3점, 서브 에이스 1개로 종횡무진 공격을 이끌었다. 2세트 18-18, 팽팽한 동점 상황에서 대담하게 꽂아넣은 서브 6개는 대한항공의 리시브를 흔들어 연속 득점을 만들어냈다.
레프트인 문성민의 활약은 공격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1차전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문성민의 수비가 늘었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문성민은 이날 2차전에서도 몸을 날리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대한항공의 공격을 막는 데 일조했다.
하 감독은 "지금 (문)성민이 수비는 한 70~80% 정도 된다. 오늘만큼만 해줘도 충분히 잘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90~100% 이상 해주면 더할 나위없이 만족스러울 것"이라며 엄격한 평가를 내렸다. 그만큼 문성민에 대한 하 감독의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었다.
경기 MVP로 선정될 만큼 훌륭한 활약을 보였음에도 문성민 본인 역시 담담했다. 1차전 분패를 극복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는 문성민은 이날 자신의 수비에 대한 점수를 매겨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겸손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문성민은 "점수를 매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저 더 많이 집중하다보니 공을 끝까지 쫓아가서 잡게 됐을 뿐"이라며 "수비 하나를 잘하면 반격의 실마리가 된다. 그러면 분위기가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날 수비 상황에서 보인 집중력을 설명했다.
이날 문성민은 인터뷰 내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준 경기였다", "수니아스나 다른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내가 연속으로 서브를 넣을 수 있었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하지만 수니아스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승리의 영광은 (문)성민이에게 돌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연 하 감독의 말대로 문성민이 대한항공전 키 플레이어다운 활약을 이어가며 현대캐피탈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 수 있을지, 플레이오프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오는 4일 마지막 3차전에 배구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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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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