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마운드. '디펜딩 챔프' 삼성 라이온즈를 이끄는 승리의 원동력이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줄임말)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선발)부터 끝(마무리)까지 빈 틈이 없다. 삼성 마운드의 외형적인 전력만 놓고 판단한다면 '수박 겉핥기'에 가깝다. 과연 '극강' 삼성 마운드만의 무형의 힘은 무엇일까.
▲경쟁자 NO! 동반자 YES!
삼성 투수 정현욱과 윤성환은 지난달 27일 롯데와의 시범경기가 끝난 뒤 대구 수성구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만났다. 이들은 자연스레 이날의 경기 내용을 주제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시범경기 첫 실점을 기록한 정현욱이 이날 경기의 아쉬운 부분에 대해 털어 놓았다. 윤성환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전했다. 냉정한 승부 세계에서 흔치 않은 모습이지만 삼성 투수진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경쟁자보다 동반자에 가깝다.

정인욱은 지난해 9월 23일 넥센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무실점(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시즌 6승째를 따냈다. 수훈 선수로 선정된 정인욱은 "정현욱 선배님께 감사드린다"고 공을 돌렸다. "당시 정현욱 선배님의 조언이 없었다면 장기간의 슬럼프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게 정인욱의 설명. '차세대 에이스' 정인욱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의 애정어린 조언 덕분에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었다.
좌완 에이스 차우찬은 '셋업맨' 안지만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했다. "지난해 (안)지만이형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 경기 도중 위기에 처할때면 '우찬아, 주자 남겨 두고 내려와도 내가 다 막아줄테니 나만 믿고 마음껏 던져라'고 했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게 되게 힘들다. 정말 고맙고 큰 힘이 됐다".
다승왕 출신 윤성환은 "현욱이형을 비롯한 필승 계투조는 '최고'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다들 보면 '어떠한 위기 상황에 처해도 무조건 막는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면서 "일종의 승리의 DNA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부분이 원동력이 아닐까.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오치아이 에이지-김태한 코치의 '환상의 복식조'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 코치와 김태한 불펜 코치는 극강 마운드 구축의 숨은 공로자. '환상의 복식조'라 부를 만큼 찰떡 궁합을 과시한다. 서로 표정만 바라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오치아이 코치는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선수들과 소통한다. 그가 남긴 메시지 하나 하나에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한껏 녹아 있다.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이끌어 내는 건 오치아이 코치의 주무기다. 예를 들어 삼성이 지난달 A구단에 3연패를 당했다고 치자. 오치아이 코치는 A구단과의 3연전을 앞두고 "지난번에 패했던 아쉬움을 마운드의 힘으로 갚아주자"고 투수들을 독려한다. 투수 입장에서는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윤성환은 "오치아이 코치님께서 2년 전 전훈 캠프 때 '프로 유니폼을 입은 투수라면 마운드 위에서 혼자 싸워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당시 수첩에 적어놨는데 지금도 한 번씩 코치님께서 하신 말씀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했다.
김 코치의 족집게 과외는 부진 탈출의 특효약. 삼성 투수들은 경기 상황마다 그가 던지는 한 마디는 효과 만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큰 형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코치는 부진에 빠진 선수들에게 "식사 한 번 하자"고 제안한다. 때로는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모 투수는 "김 코치님께서 힘들때 한 마디씩 해주시는게 정말 고마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삼성은 시범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4.48로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거뒀지만 개의치 않는다. 삼성 투수들은 한결같이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재정비를 마친 삼성 마운드가 올 시즌에도 극강 모드를 이어간다면 지난해의 영광은 계속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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