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에이스' 배영수(31, 삼성)에게 시범경기 호투 소감을 묻자 "잘 해야지. 기저귀값 벌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두 차례 등판을 통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0.00을 찍었다. 지난달 6일 '딸바보' 대열에 합류한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은채)을 위해 마운드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할 각오를 내비쳤다.
배영수는 2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건 없다.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이제 끝낼 시기가 된 것 같다. 2007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뒤 나름대로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했는데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 혼자서 여러가지 연구를 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1승 12패(평균자책점 7.26)로 밑바닥까지 추락했던 경험을 교훈삼아 하나씩 하나씩 준비 중이다. 그는 "예전에 모 감독님께서 '몸은 한계가 있지만 머리는 한계가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연구하고 있다. 내 나이에 비해 여러가지 경험을 많이 했으니 나중에 큰 재산이 되지 않겠나"고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

배영수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비를 들여 일본 돗토리현의 월드윙트레이닝센터에서 유연성 강화 훈련에 몰두하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그 덕분일까. 배영수는 "아직 정규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쉼없이 준비한 만큼 불안한 건 없다. 올 시즌 정말 미친 시즌을 만들겠다. 다른 건 필요없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정규 시즌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이었던 1일 대구 두산전서 7이닝 무실점(5피안타 3탈삼진)으로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특히 삼진보다 범타를 유도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배영수는 "맞춰 잡는 것보다 쉽게 말해 포수 미트만 보고 최선을 다해 던질 뿐이다. 흔히 말하는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한다"면서 "온 힘을 다해 던진다고 안타를 안 맞는 것도 아니고 공이 내 손에서 떠나면 운에 맡긴다"고 대답했다.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은 남아 있다. 그는 "컨트롤 미스가 좀 있다"고 지적한 뒤 "그래도 직구에 힘이 있다면 컨트롤 미스가 나오더라도 범타로 유도할 확률이 높지만 힘이 없다면 난타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150km대 직구를 뿌리던 배영수는 팔꿈치 수술 후 강속구를 잃어 버렸다. 잃어버린 강속구를 되찾기 위해 안간 힘을 썼지만 이제 더 이상 구속에 집착하지 않는다. 배영수는 위력적인 공끝을 보여주는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여겼다. "스피드와 공끝은 별개다. 타자들이 내 공을 쳤을때 '힘이 있구나' 라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
딸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우리 은채가 귀가 시간을 앞당긴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보면 정말 미치겠다. 정말 좋다. 아내 닮아 아주 예쁘다. 그리고 팔 다리도 되게 길다. 나중에 한 미모 할 것 같다". 누가 '딸바보' 아니랄까봐 자식 자랑을 끊임없이 늘어 놓았다.
배영수의 올 시즌 목표가 궁금했다. "템포 피칭이 되니까 투구 리듬이 좋아졌지만 세트 포지션 동작을 보완해야 한다. 정규 시즌 개막전(7일 대구 LG전)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잘 준비해 부상없이 한 시즌을 치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1선발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
자신을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표현한 배영수. 올 시즌 부활의 날갯짓을 하면서 기나긴 시련의 세월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