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이종범 은퇴, 본인과 감독 판단 모두 잘못됐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4.03 10: 13

 ‘야구 천재’ 이종범(42, KIA 타이거즈 외야수)이 지난 3월 31일 전격적으로 은퇴를 밝혔습니다. 이종범이 선수 유니폼을 갑자기 벗는다는 소식에 야구계와 팬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의 은퇴 선언은 예상치 못한 시기에 나온 것이었고 팀에서 개막전 엔트리에서 뺀데 대한 서운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스타가 마지막 순간에 섭섭함을 표시하고 떠나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혼란에 빠진 모양새 좋지 않은 모습은 팀 코칭스태프의 결정이 잘못된 선택이었고 본인도 주위 사람들을 배려않고 성급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여져 안타깝습니다.
이종범은 지난 달 29일 대구에서 삼성과 시범경기를 마친 뒤 이순철 수석코치로부터 4월 7일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순철 코치는 "해태 우승 주역들이 모두 초라하게 유니폼을 벗었다. 최고의 선수인 너 만큼은 더 명예로운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며 플레잉코치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이종범은 지난 달 31일 오후 선동렬 감독과 김조호 구단 단장를 만났습니다. 선 감독은 이종범에게 "코치진으로부터 (엔트리 제외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내 생각도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종범은 "처음 부임(작년 10월 말)하셨을 때 뜻을 말씀해주셨으면 마음에 준비를 했을 텐데 개막을 눈앞에 둔 시기여서 당황스럽다"고 말했고 선 감독은 "충분히 뛸 수 있다고 기대해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보자. 1군에 뛸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에 이종범은 "그럼 은퇴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김 단장에게도 같은 뜻을 전했습니다. 구단은 코치 연수, 은퇴경기 등을 제안했지만 이종범은 일단 모든 것을 사양한다고 밝히고 진로에 대해서는 며칠 더 생각해 보겠다면서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심을 인터넷 신문 기자에게 먼저 알려 그의 은퇴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선동렬 감독으로서는 이종범을 올해 경기에 출장 시키면서 코치직도 겸임하는 플레잉코치를 제안하는 것이 대스타에 대한 예우로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것은 잘못된 처우로 보여집니다. 선동렬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인 2010년에 이종범과 같은 해(1993년)에 프로에 입단한 양준혁을 은퇴 시켜 상당수 팬들로부터 “나이들었다고 대스타를 너무 매정하게 내팽개친다”는 원성도 들었습니다.
당시 만 41살이던 양준혁은 그 전 해 2009년에 선수생활 처음으로 100경기 미만인 82경기에 출장해 249타수 82안타 11홈런 48타점을 기록하면서 타율은 그래도 3할2푼9리를 올려 괜찮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해 삼성은 팀 성적이 5위로 떨어져 포스트시즌 진출도 못하자 선 감독은 팀을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 고참 양준혁의 은퇴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2010년 개막전 엔트리에 양준혁은 포함돼 홈에서 LG와 2연전에 선발 5번 지명타자로 나갔습니다. 두 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 2볼넷에 그치자 그 다음 경기부터는 지명타자로 간간이 출장해 시즌을 64경기 142타수 34안타 1홈런, 타율 2할3푼9리로 끝냈습니다.
양준혁은 결국 그 해 7월 26일 은퇴한다고 밝혔고 구단은 그를 위해 9월 19일 공식 은퇴경기를 마련했습니다. 팬들은 은퇴경기 날 하루 전 입장권을 구입하려고 구장 밖에 텐트를 치고 노숙하며 입장권을 구입하려 애썼고 대구구장은 만원을 이루었습니다.
경기 날에는 이수빈 구단주와 김응룡 구단 사장, 많은 연예인 등이 참석해 그의 영구결번 10번을 기렸습니다.
그 해 삼성은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습니다. 양준혁은 프로 18년간 통산 2135경기 출장해 역대 최고 기록인 타율 3할1푼6리, 안타 2318개, 2루타 458개, 홈런 351개, 득점 1299점, 타점 1389점, 사사구 1380개의 대기록을 남겨 ‘전설의 기록의 사나이’로 팬들의 머리에 남았습니다.
이종범과 양준혁은 데뷔하던 해 1993년에 치열하게 경쟁하던 끝에 신인왕은 타격왕(.341)에 오른 양준혁이 차지했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상(MVP)은 이종범이 차지해 정규시즌 사상 처음으로 400만 관중이 입장하는 열기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이번의 이종범에게도 선동렬 감독이 양준혁과 비슷한 방식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막전 엔트리에 이종범을 포함 시켰다가 만일 그가 타석이나, 수비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대타로 출장 시키는 등 서서히 경기에서 빼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종범의 지난 해 성적은 97경기 출장에 235타수, 65안타, 24타점, 3홈런, 타율 2할7푼7리 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번 해외 스프링캠프에서 동료들과 지난 해 4위에 그친 팀 성적 향상을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12게임 중 7경기에 출전해 12타수, 4안타,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해 야구계에서는 “이종범이 올해도 뛰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종범의 은퇴 모습은 최근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치퍼 존스(40)과 달라 더욱 안타깝습니다. 스위치 타자인 존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유일하게 좌우 타석에서 타율 3할과 300 홈런 이상을 기록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입니다.
그는 지난 3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3년간 하나의 유니폼을 입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면서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애틀랜타 마이너리그 팀에서 5년을 보내고 메이저리그에서는 올해가 19년째인데 통산 기록은 타율 3할4리, 홈런 454개, 안타 2615개, 타점 1561개입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매일 아침 내 몸이 나에게 은퇴가 가까웠다고 이야기해 준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올해 거취를 여러 사람들에게 밝히는 게 낫다고 판단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치퍼 존스는 지난 해 올스타전에도 초대 받았으나 무릎 통증으로 95게임에만 출장해 타율 2할7푼5리에 홈런 18개, 70타점을 올려 중심타자로 상당한 몫을 해냈습니다.
그의 은퇴 선언에 팬들은 ‘아름다운 은퇴’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이종범은 이번에 은퇴를 밝히면서 “내가 설 자리가 없으니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그를 아끼는 야구인들이나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그를 아꼈던 팬들이나 야구인들은 그가 이번처럼 갑자기 혼자 결단만으로 떠나는 모습은 원치 않습니다.
선수라면 누구나 자리가 없으면 섭섭하고 은퇴를 고려할 수 있으나 이종범과 같은 대스타는 주위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결정했으면 좋을 것입니다.
OSEN 편집인
치퍼 존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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