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 옆에 있어도 늘 불안하고 그래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이필모가 안방극장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 37회에서 차수혁(이필모 분)은 사랑하는 여자 이정혜(남상미 분)의 전화를 받고 설레는 감정을 안고 뛰어나갔다.
친구 강기태(안재욱 분)와 함께 정혜를 좋아한 수혁은 사랑에 눈이 멀어 기태를 곤경에 빠뜨리고 기태의 목숨과 정혜의 사랑을 맞바꾼 바 있다. 이날 4년 만에 기태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 정혜는 수혁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자처했다.

기태가 없는 4년 동안 정혜에게 매달렸지만 마음을 얻지 못한 수혁은 처음으로 자신을 먼저 만나자고 한 정혜의 전화에 설레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나갔다. 철두철미하고 차가운 성격의 수혁은 정혜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가슴이 뛰었다. 정혜가 연락이 와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나에게 이런 과분한 시혜를 베푸는 거야?”라고 설레는 감정을 고백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대만큼 컸던 실망이었다. 정혜는 기태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행여나 수혁이 기태를 괴롭힐까봐 “기태 씨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다. 기태 씨 의식하지 마라”고 부탁했다.
수혁은 “그 말은 기태를 건드리지 말라는 뜻으로 들린다. 나를 생각한 게 아니라 기태를 보호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상관 없다. 중요한 것은 정혜가 먼저 연락했고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것은 기태가 아니라 나다. 그리고 정혜가 어떻든 나는 정혜를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4년 만에 잠깐이나마 웃었던 수혁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장철환(전광렬 분)과 함께 기태를 괴롭히면서 친구로서 하면 안되는 일까지 벌였던 수혁이지만 이날 방송만큼은 곤경에 빠진 기태보다 악행을 저지르는 수혁이 불쌍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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