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용병'의 시범경기, 강점과 약점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03 11: 42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서는 적응하는 데 힘이 들게 마련이다. 결국 이를 얼마나 잘 견뎌내고 적응해내느냐가 시즌을 치르는 데 있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2012 시범경기를 마친 새 외국인 선수들이 자신의 강점을 얼마나 잘 특화시키고 약점을 보완할 것인지 궁금하다.
2012시즌 새롭게 얼굴을 비추는 외국인 선수들. 16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투수로 결정된 가운데 한국 무대를 처음 밟는 투수들은 8명이다. 삼성의 미치 탈보트(29)와 SK 마리오 산티아고(28), 롯데 셰인 유먼(33)에 지난해 4위를 기록한 KIA는 호라시오 라미레스(33), 앤서니 르루(29) 두 명을 모두 새롭게 영입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4팀 중에서는 LG가 지난 시즌 10승 듀오를 모두 붙잡은 가운데 두산이 새 외국인 마무리 스콧 프록터(35)를 영입했다. 한화는 우완 선발 요원 브라이언 배스(30)를 데려왔으며 넥센은 기교파 좌완 밴 헤켄(33)을 데려왔다. 저마다 강점도 있으나 크고 작은 약점도 노출했다.

시범경기 3차례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연착륙한 탈보트는 2010년 추신수의 소속팀인 클리블랜드서 한 시즌 10승을 올렸던 전력의 외국인 투수. 구위만 따져보면 삼성이 수준급 외국인 투수를 붙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아직 셋포지션에서 단점을 100% 보완하지 못했다.
초반 셋포지션 퀵모션이 2.2초대에 달할 정도로 느린 편이던 탈보트의 현재 셋포지션 투구폼 시간은 1.6초대까지 빨라졌다. 그러나 1.6초대도 아직 느린 축에 속하는 데다 셋포지션 투구폼 수정 이후 직구 구속이 뚝 떨어졌다. 타 구단 전력분석원은 "유주자시 신경을 많이 쓰는 데다 자기 투구를 하지 못하더라"라며 탈보트의 약점으로 셋포지션 투구를 꼽았다.
 
마리오도 구위로 약점이 보이지 않는 케이스의 투수다. 또한 탈보트와 달리 퀵모션 동작도 1.2초대에 끊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약점도 굉장히 상쇄되었다. 다만 주자 출루 시 몸쪽 리드가 나왔을 때 반대로 바깥쪽에 던지는 공이 많다는 것이 타 팀에서 보고 있는 마리오의 약점. 주자가 없을 때도 타자 몸쪽에 붙이는 공의 위력은 바깥 코스 공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다.
좌완인 유먼과 헤켄은 체인지업 구사력에 있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유먼에 대해 "저렇게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투수는 처음보는 것 같다. 투구폼에도 큰 무리가 없다"라며 호평했다. 헤켄의 경우는 서클 체인지업이 직구처럼 날아들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역회전되며 뚝 떨어지는 스타일이라 타 팀에서도 "저 공은 유의해야 할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나 유먼은 제구 기복이 큰 모습을 보였다. 3월 21일 한화전서는 4이닝 동안 4개의 안타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낮은 제구로 탈삼진 5개 포함 무실점 투구를 펼쳤던 유먼은 28일 삼성전서 5이닝 5피안타 5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5회 연속 볼넷을 내주며 걷잡을 수 없이 제구가 흔들린 뒤 집중타를 허용했다.
헤켄은 직구 빠르기와 구위가 문제다. 서클 체인지업이 직구처럼 날아들다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기본적인 직구 빠르기가 느리다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2010년 뛴 애드리안 번사이드 정도를 기대하고 데려온 것 같은데 그에 못 미치는 것 같다"라며 높은 평가를 주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애틀랜타 선발진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라미레즈는 점차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범경기 4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한 라미레즈는 1일 한화와의 최종전서 5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는 등 점점 좋아졌다. 오른발이 크로스되어 공이 날아드는 스타일이라 좌타 공략에 장점을 갖고 있으나 직구 구위가 미치지 못하는 날에는 난타를 당했다. 기본적인 직구 제구에 성패가 달린 스타일이다.
앤서니는 4경기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으로 호투했다. 전지훈련 초반만 해도 확실한 투구 매커니즘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자기 투구폼을 찾기 시작했고 순조롭게 연착륙 중이다. 다만 현재 앤서니의 팀 내 보직이 선발인지 마무리인지 100% 확정적이지 못하다. 타지에서 뛰는 만큼 외국인 투수가 계약을 민감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두산의 새 마무리 프록터는 7경기 3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1차 스탯은 굉장히 좋다. 손쉽게 150km 이상을 던지는 직구 구위는 명불허전. 그러나 7⅓이닝 동안 5개의 사사구를 내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주자를 쌓아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아쉽다. 한국 리그 스트라이크존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한화 우완 배스의 성적은 새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떨어진다. 2경기 2패 평균자책점 8,59에 피안타율이 무려 4할5푼7리. 볼넷은 단 한 개 밖에 허용하지 않는 과감한 투구를 펼쳤으나 3월 28일 문학 SK전서는 내야 실책 등에 흔들리며 5⅓이닝 동안 8피안타 5탈삼진으로 3실점(2자책)한 바 있다. 직구 구속도 140km대 중반으로 나쁘지 않지만 스트라이크존 모서리 제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한화 내야진은 1루 김태균-2루 한상훈-3루 이여상-유격수 이대수 포메이션으로 수비력만 따져봤을 때 분명 수준급의 팀이다. 배스가 시즌 때 얼마나 이들을 믿고 과감하게 자기 공을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장점을 극대화 시키고 약점을 보완해 페넌트레이스나 포스트시즌서 성공한 케이스도 찾을 수 있다. 8인의 새로운 이방인은 2012년 코리안 드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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