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한 번 이상 겪기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바로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직접 볼 수 기회를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오는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은 1988 서울 올림픽이나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스포츠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인 쇼트트랙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김연아의 활약으로 과거와는 대접이 달라진 피겨스케이팅, 예전에는 메달권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스피드스케이팅 등 태극전사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 자체는 스포츠 팬들에게 큰 축복이고 위안이다.
영화 '국가대표' 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값진 땀방울을 흘리며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는 다른 종목의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것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진인사 대천명'.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나서 천명을 기다린다는 말로 묵묵히 2018년 평창 올림픽에 나설 태극 전사들 중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부문에 출전이 유력시 되는 김호준(22, CJ E&M)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사실 스노보드는 동계 스포츠로 몇 년 전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인기 스포츠지만 올림픽 종목으로는 큰 기대를 받지 않는 관심권 밖의 종목이다. 김준호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스노보드에서 독학으로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낸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선한 눈망울 속에서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았다던 그의 발언에서 강한 투지를 읽을 수 있었다.
"밴쿠버올림픽 당시 빙속 선배들이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서 나도 저렇게 되야 겠다.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려운 걸 이겨낸다면 그 성과는 더욱 값지지 않을까요(웃음)".
뛰어난 스포츠 스타를 보면 타고난 재능이 있지만 유능한 스승이 함께 한다. 피겨스타 김연아를 봐도 그가 월드스타로 거듭나는 데 함께 한 이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였다. 그런데 김호준에게는 스승이 없다. 걸음마 시절부터 함께 한 눈이 그의 스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의 소개로 '스노보더'가 됐지만 그 흔한 어린이용 스노보드는 물론이고 코치도 구할 수 없었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직접 몸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연습하기 너무 어려웠어요. 겨울에만 탈 수 있으니깐 1년 중 겨우 3~4달 연습할 수 있는데 그나마도 스키 타는 데 방해가 된다고 쫓겨나기도 했고요. 중학교 2학년 때는 크게 다쳐서 선수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으니깐요. 그런데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포기하기에는 너무 억울했어요. 이를 악물고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그의 도전 정신은 결국 한국 최초의 올림픽 출전 '스노보더' 김호준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태극마크를 단 것에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최강자로 불리는 숀 화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소망을 넘어서 이제는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10년 그의 후원을 약속한 CJ E&M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안정적으로 연습을 할 수 있고 대회에 출전할 기반을 얻은 그는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15일 세계 정상급 스노보더들이 출전한 '2012 US 레볼루션 투어' 하프파이프 부문에서 95.25점의 성적으로 경쟁자 79명을 따돌리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억하시죠. 쇼트트랙이야 우리나라가 예전부터 강국이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이나 김연아 선수가 뛴 피겨 분야는 약했잖아요. 금메달을 따는 걸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그 생각이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해내겠다'라는 마음으로 바뀌더라고요. 제가 정말 최선을 다한다면 결실을 맺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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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